목록분류 전체보기 (551)
다락방
배우 카메론 디아즈의 인터뷰를 보고, 정말 사람들이 이 방정식에 관심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머리가 좀 복잡해지더라도 이 유명한 방정식의 의미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좀 색다른 방법으로 'E=mc²'에 대해 설명하기로 했다는 저자 '데이비드 보더니스' 책 표지에는 "추리 소설처럼 술술 읽다보면 과학의 기초가 잡히는 교양 과학의 고전"이라고 쓰여있지만 수소가 어쩌고 중성자가 어쩌고 하는 순간 집중력을 놓치기도 했다. 누군가 과학적 지식을 확인한다고 그래서 저 공식의 의미가 뭐냐 물으면 나는 더듬더듬 '몰라'라고 할 것 같지만 이 책의 미덕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 방정식 하나에 쓰인 과학적 사실 - E와 m과 c와 =의 의미와 성질(?)-을 파악하고 이들의 관계를 '='으로 정립한 후 이..

6월 초, 훌쩍 더워진 주말 순천에 다녀왔었다. 순천의 대표적인 '국제정원박람회'는 처음 열렸던 해를 시작으로 이번에 다섯번째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저녁에 도착해서 8,000원짜리 야간권을 끊고 들어가, 한 구역만 빠듯이 보고 나왔다. 올해는 정원박람회 내부에 숙박시설도 있고, 주변에 야영장도 있어 텐트 대여도 해주는 것 같았는데 나름 급하게 정해진 일정이었던 터라 우리는 순천역 부근의 게스트하우스에서 1박을 했다. 정원박람회 부근의 공원도 예쁘게 꾸며서 제법 먼 거리를 걸었는데도 피곤한 줄을 몰랐다. 봄에는 벚꽃이 피어서 화려했을 길에 이제는 수국이 가득 피고,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너무 예뻤는데 돌아가는 길에는 화려한 불빛들이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려서 오가는 재미가 있었다. 모노레일도 멈추고..

제목이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웹툰으로 론칭이 되어서 만화를 먼저 봤는데 그림체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래도 당당하고 도도하게도 느껴지는 여주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는데 원작소설을 읽겠냐고 뜨는 팝업창에서 눈에 들어온 일러! 와! 뭐지?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한 편 읽어봤더니 뭐지? 싶을 정도로 문장이 매끄럽고 흡입력이 있었다. 몇몇 소설들은 재미있게 읽다가 오문이 나오거나 맞춤법이 틀려서 '삐끗'하는 기분이 들거나 작가가 이야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힘 딸려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 소설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걸리는 게 없었다. 오탈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종이책 초판본에서도 보이는 정도의 수준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읽다보면 인물들과 세계에 대한 구축이 무척 탄탄하게 이루어졌다는 생각..

요선암 옆 계곡이 돌개바위로 이루어진 명소였다. 저물 때가 다가오는 시간이었고 빗방울이 제법 굵어져 있었다. 다행이라면 많이 내리는 비는 아니었다는 것. 그래도 계곡에는 사람이 없었고, 비로 인해 물이 불어서인지 물소리와 새소리가 섞여 하루가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둥글게 패인 곳에 들어간 자갈들이 물살에 의해 패인 곳에 안에서 돌면서 지금과 같은 돌개바위의 모양들을 만들어 낸 것이라는 설명서가 있었다. 바위 하나하나에 새겨진 자연의 시간과 노력이 신비롭고 사람이 없는 계곡을 채워가는 물소리와 새소리가 호젓해서 생각보다 오래 머물렀다. 맑은 날, 사람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이곳을 채웠다면 나 역시 운동화를 벗고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갔을 듯. 그래도 눈도 씻고, 귀도 씻고 그 덕에 마음까지 편안해져 돌아가는..

밤새 빗소리가 시끄러웠지만 아침에 비는 잠시 개었다. 섶다리는 숙소 바로 앞에 있어서 빨리 다녀올 수 있었다. 이 부근을 섶다리 마을로 부르기도 하는 것 같은데 주차장 주변에 섶다리와 강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고, 사진 찍기도 좋게 꾸며놓았다. 하지만 비가 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섶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감탄이 절로 나왔다.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제비들도 보이고, 멀리서 들리는 새소리도 깨끗하게 느껴졌다. 10월, 강물이 여물어지는 시기에 땔거리가 되는 나무들을 모아 만들어 쓰다가 한 해가 지나면 불로 태우는 다리였다고 한다. 오래 쓰지 않을 다리여서인지 다리가 조금씩 출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날이 좋았다면 저 다리 위에 걸터앉아 강바..

현대미술전시관이었다. 비가 오전보다 조금은 더 세차져서 실내에서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했는데 반 정도는 야외에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다. 사진을 찍기 불편해서 그렇지 작품들을 관람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처음 건물로 들어서니 커피숍이 나와서 무척 당황했었다. 안쪽으로 전시관에 연결되는 복도가 있고, 이용안내를 커피숍 직원이 해주었다. 사진을 찍고 놀기에도 무척 재미있고, 여러 작품들을 볼수록 점점 신이 났다. 작품 사이에서 이런저런 재미있는 자세를 잡다보면 점점 어린아이처럼 개구져져서 계속 웃게 되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나오면서 나이많은 사람은 어쩌라고 '젊은달?'이랬는데 생각해보니 '영' - young, '월'-달 이렇게해서 만든 이름이 아닐까 싶었다. 젊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

단종의 묘가 있는 곳. 기념관도 있고, 제법 넓었는데 우리는 릉만 돌아보기로 했다. 홍수로 청령포가 침식되어 이 곳으로 옮겨 귀양을 살다 결국 사약을 받을 단종. 숙종 때 복위되어 이곳에 릉을 썼다고 읽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다. 자신이 펼치지 못한 성군으로서의 꿈이 많아서였을까. 이곳에 와서 진심으로 원하는 바를 빌면 과거에 급제하고 소원성취하게 된다는, 단종제에 대한 설명을 읽고 오르막길을 올랐다. 비가 내리고, 사람의 발걸음이 드문드문이어지며 앞산의 바람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들려오는 새소리를 듣자니 이상하게 기분이 자꾸 쓸쓸해졌다. 자그마해서 아무리 천천히 돌아도 40분이 넘게 걸리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들러서 소원도 빌고, 조금 고즈넉해져 돌아갔으면 좋..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다니지 못할 만큼 많은 비가 내렸던 것은 아니라 우리는 다행이다, 하는 마음으로 청령포로 향했다. 단종이 유배되어 머물던 곳으로 많은 비에 이곳이 침수되어 지금의 장릉 자리로 유배지가 옮겨졌다고 하는데 지금도 강물이 불면 청령포로 들어가는 배가 운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새벽 무렵부터 빗소리를 들었기에 조금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배는 안전하게 운행되고 있었다. 저 가운데 소나무들이 빡빡한 머리숱처럼 보이는 저 안에 단종의 거주지였던 곳이 있다. 한껏 초록이 세상을 점령하고 있는 오월 속에 단종의 거주지였다는 곳 옆에는 단종의 시중을 들던 궁녀와 무사들의 거처가 있었던 모양인데 그 안에 마네킹들이 앉아 있어서 날씨와 함께 좀 무섭게 느껴졌다. 우리는 단종어소를 시작으로 관음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