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길, 바람, 사람 (186)
다락방

내 인생 처음으로 여행사 단체관광여행을 다녀왔다.카카오메이커스에서 올라온 국내 1일 여행 중월정사 전나무 숲- 홍천 은행나무 숲-미약골일정의 홍천 여행상품권을 골랐다.아침 7시 30분에 잠실을 출발해서 월정사에 10시 30분에 도착한다는 일정이 좀 의아했지만- 왜? 강원도 가는 길은 상습 정체구간이 군데군데 많고, 불경기라 하더라도 단풍놀이 시즌이 아닌가.하지만 나 같은 여행아마추어에도 못 끼는 인간이 생각한 걸전문 여행사에서 생각 못했을라고.....생각하며, 언제가 단풍 피크일 것인가만 생각했다. 그런데!!!우리는 이미 보고 있지 않은가.한 사회에 최고 권력자들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인격적으로 얼마나 저열하고 비윤리적이며, 역사적 상식도 없고 민족적 자존심도 없는 인간들이 많은지.서울대 바보, 엘리트 ..

밤 10시가 되어도 기온이 30도를 육박하던 속초가아침이라고 시원하지는 않았다.아침을 '속초섭국'에서 섭국(바위에 붙어서 자란 자연산 홍합을 섭이라고 한단다.)으로 해결하고공기가 더 뜨거워지기 전에 "휴휴암"으로 향했다.휴휴암에는 독특한 게 두 가지 있었는데우선 방생하는 물고기를 살(?) 수 있다는 거였다.또 하나는 바다로 향한 너른 바위 위에 무인 물고기밥이 있어서이천 원을 내고 한 봉지를 사면 바다의 물고기들에게도 밥을 줄 수 있다. (현금을 내야한다.)그래서 밥을 먹으려 몰린 물고기들 주위의 갈매기들이 먹이사슬에 의해 몰린 줄 알았더니이 녀석들! 물고기밥을 빼앗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거였다.그나마 오른쪽에서는 물고기들이 워낙 많아 오리들도 눈치를 보며 밀려나있는데왼쪽에서는 갈매기들이 물고기들을..

우리 가족 구성원은 모두 내향성으로 사람이 많은 곳을 극도로 싫어한다.그래서 휴가도 늘 광복절이 지나 20일 즈음해서 느즈막이 다녔었는데올해는 휴가철 피크라는 8월 1일부터 여행을 시작했다.그 첫 목적지는 고성의 통일전망대.집에서 출발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차는 막히기 시작했고늦은 점심 먹고 오후 5시가 되어 도착했지만외부 온도는 여전히 34도.우선 네비가 안내해주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안내소에 가서 신분증을 제시한 후 - 동행인 중 한 사람의 신분증만 있으면 된다.주차비를 내고 안내장 같은 종이를 받는다.그곳에 동행인들의 나이와 이름을 쓰고, 여러 안내문이 적힌 종이에 사인을 한 후3,4번 창구에 가면 입장료를 내고, 아까 제출한 종이에 도장이 찍혀 나오는데 이건 검문소에 제출해야 한다.옆 ..

신록의 계절이라는 5월...아주아주아주 기분좋은 산책을 했다.경기도 광주, 곤지암에 자리한 "화담숲"LG의 고 구본무회장의 별장이 있는 곳이었다던가.산 하나를 거대한 정원처럼 가꾸고, 길을 나무데크로 포장하고 잘 다듬어서 오르막길을 걸으면서도편안한 산책을 하는 기분이었다.그래서인지 가족 단위로,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온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모노레일이 있어 미리 예매하면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내려오며 여러 테마의 정원들을 둘러볼 수 있어 편의성도 좋았다. 자주 보던 꽃과 나무들도 있고, 처음 보는 꽃과 나무들도 있었다.무엇보다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숲을 이룬 나무들의 움직임이 바다의 파도 같아서보는 것만으로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초록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이 나고 즐거웠다. 그리고..

6월 초, 훌쩍 더워진 주말 순천에 다녀왔었다. 순천의 대표적인 '국제정원박람회'는 처음 열렸던 해를 시작으로 이번에 다섯번째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저녁에 도착해서 8,000원짜리 야간권을 끊고 들어가, 한 구역만 빠듯이 보고 나왔다. 올해는 정원박람회 내부에 숙박시설도 있고, 주변에 야영장도 있어 텐트 대여도 해주는 것 같았는데 나름 급하게 정해진 일정이었던 터라 우리는 순천역 부근의 게스트하우스에서 1박을 했다. 정원박람회 부근의 공원도 예쁘게 꾸며서 제법 먼 거리를 걸었는데도 피곤한 줄을 몰랐다. 봄에는 벚꽃이 피어서 화려했을 길에 이제는 수국이 가득 피고,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너무 예뻤는데 돌아가는 길에는 화려한 불빛들이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려서 오가는 재미가 있었다. 모노레일도 멈추고..

요선암 옆 계곡이 돌개바위로 이루어진 명소였다. 저물 때가 다가오는 시간이었고 빗방울이 제법 굵어져 있었다. 다행이라면 많이 내리는 비는 아니었다는 것. 그래도 계곡에는 사람이 없었고, 비로 인해 물이 불어서인지 물소리와 새소리가 섞여 하루가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둥글게 패인 곳에 들어간 자갈들이 물살에 의해 패인 곳에 안에서 돌면서 지금과 같은 돌개바위의 모양들을 만들어 낸 것이라는 설명서가 있었다. 바위 하나하나에 새겨진 자연의 시간과 노력이 신비롭고 사람이 없는 계곡을 채워가는 물소리와 새소리가 호젓해서 생각보다 오래 머물렀다. 맑은 날, 사람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이곳을 채웠다면 나 역시 운동화를 벗고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갔을 듯. 그래도 눈도 씻고, 귀도 씻고 그 덕에 마음까지 편안해져 돌아가는..

밤새 빗소리가 시끄러웠지만 아침에 비는 잠시 개었다. 섶다리는 숙소 바로 앞에 있어서 빨리 다녀올 수 있었다. 이 부근을 섶다리 마을로 부르기도 하는 것 같은데 주차장 주변에 섶다리와 강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고, 사진 찍기도 좋게 꾸며놓았다. 하지만 비가 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섶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감탄이 절로 나왔다.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제비들도 보이고, 멀리서 들리는 새소리도 깨끗하게 느껴졌다. 10월, 강물이 여물어지는 시기에 땔거리가 되는 나무들을 모아 만들어 쓰다가 한 해가 지나면 불로 태우는 다리였다고 한다. 오래 쓰지 않을 다리여서인지 다리가 조금씩 출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날이 좋았다면 저 다리 위에 걸터앉아 강바..

현대미술전시관이었다. 비가 오전보다 조금은 더 세차져서 실내에서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했는데 반 정도는 야외에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다. 사진을 찍기 불편해서 그렇지 작품들을 관람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처음 건물로 들어서니 커피숍이 나와서 무척 당황했었다. 안쪽으로 전시관에 연결되는 복도가 있고, 이용안내를 커피숍 직원이 해주었다. 사진을 찍고 놀기에도 무척 재미있고, 여러 작품들을 볼수록 점점 신이 났다. 작품 사이에서 이런저런 재미있는 자세를 잡다보면 점점 어린아이처럼 개구져져서 계속 웃게 되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나오면서 나이많은 사람은 어쩌라고 '젊은달?'이랬는데 생각해보니 '영' - young, '월'-달 이렇게해서 만든 이름이 아닐까 싶었다. 젊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