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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E=mc²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방정식의 일생> 본문
배우 카메론 디아즈의 인터뷰를 보고, 정말 사람들이 이 방정식에 관심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머리가 좀 복잡해지더라도 이 유명한 방정식의 의미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좀 색다른 방법으로 'E=mc²'에 대해 설명하기로 했다는 저자 '데이비드 보더니스'
책 표지에는 "추리 소설처럼 술술 읽다보면 과학의 기초가 잡히는 교양 과학의 고전"이라고 쓰여있지만
수소가 어쩌고 중성자가 어쩌고 하는 순간
집중력을 놓치기도 했다.
누군가 과학적 지식을 확인한다고 그래서 저 공식의 의미가 뭐냐 물으면
나는 더듬더듬 '몰라'라고 할 것 같지만
이 책의 미덕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 방정식 하나에 쓰인 과학적 사실 - E와 m과 c와 =의 의미와 성질(?)-을 파악하고
이들의 관계를 '='으로 정립한 후
이론화하고 그 이론을 검증하고, 실제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현실화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많은 과학자들의 열정과 노력이 들어갔는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저 방정식으로 가장 유명해진 사람은 아인슈타인이며,
저 공식을 무기로 형상화한 사람이 요즘 영화로 더 유명해진 오펜하이머, 과학계의 괴짜(?)로 불리는 파인만 등이
잘 알려진 과학자들이지만
그 사이에는 평민으로 자기와 전기의 흐름이 원형임을 밝힌 패러데이와
라부아지에의 질량 실험에 숨은 조력자인 그의 아내 마리 안,
질량과 속도의 관계에 대한 뉴턴과 볼테르의 관점과는 다른 라이프니츠의 관점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직접 실험에 뛰어들었던 에밀리 뒤 샤틀레,
우라늄의 원자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찾아낸 리제 마이트너,
스펙트럼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태양의 성분에 대해 밝힌 세실리아 페인 등
많은 남자 과학자들에게 가려지고 그 공로를 빼앗기기도 했던 여자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어찌보면 가장 앞서가고, 객관적이며 '합리'라는 이름에 걸맞는 과학의 세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조차
당대의 패러다임 안에서 사고하고, 머물고,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 남의 공로를 빼앗고
핍박하고 괴롭히는 모습들이...... 뭐랄까......
직업적인 과학자들 같아서 좀 씁쓸하기도 했다.
또, 자신이 속한 세계의 틀을 벗어난 '관점'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핵무기 개발에 있어 독일이 먼저 시작하고
선수를 빼앗길 게 두려워진 미국에서 과학자들을 모아 개발을 서둘렀다는 이야기는
파인만의 전기를 읽으며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그보다 더 구체적이고 자세했다.
노르웨이에서 급박한 첩보전과 군사작전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듯 재미있었다.
에너지가 어떻고
질량이 어떻고
속도가 어떻고 하는 지식적인 부분들은
다음에 다른 책을 읽으며 또 새롭게 느껴질 만큼 남는게 없겠지만
하나의 공식이 만들어지기 전에 필요한 토대가 무엇이고,
그 공식의 의미를 입증하고, 실생활에 속에 구체화 시키기까지
또 어떤 지난한 과정들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 과정을 생각한다면
'방정식의 일생'이라는 저자의 표현은 무척 적합한 것 같다. - 우리나라의 고전산문 가전체같다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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