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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정말 감탄하며 읽었던 웹소설 의 한민트 작가의 원작을 웹툰화한 작품.간만에 내 돈까지 쓰며 달렸던 작품이지만 재미와 답답함이 비례했다. 딸의 마법으로 과거로 돌아온 '리헨.'딸은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을 쓰며 자신을 낳지 말고엄마의 행복을 위해 살라고 이야기했지만지난 삶의 보석처럼 반짝이던 모든 순간이 딸 아스터였던 리헨은과거를 그대로 반복하며 딸 '아스터'를 다시 만나기 위해 지난 삶을 반복하려고 한다. 읽으면서 나는 틈틈이 단편소설 가 생각났는데,딸의 입장은 생각하지 못하는 맹목적인 모성이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여성의 재혼을 비윤리적이라 생각하던 시대적 분위기로 인해 새로운 사랑을 떠나보내며옥희 엄마는 옥희를 붙들고 '엄마는 옥희 하나면 그 뿐이야'라고 얘기하는데나중에 성인이 된 옥희가 그 때를 ..

'나'라고 하면우선은 라는 심리학적 개념을 떠올리게 된다.그 심리학과 뇌 과학이 연결된 건 꽤 오래 전의 일이고, 이 책 역시 '나'(자아)에 대해 심리학적 개념과 과학적, 철학적, 사회학적 개념까지 모두 연결하여'나'는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많은 과학자, 의학자들의 실험 이야기와 뇌의 구조적 기능, 역할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만의사로서의 저자의 경험이 진솔하게 곁들여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결국 '나'를 형성하는 것은 내가 살아오면 경험한 것들의 집합체인 기억인데뇌의 효율성을 위해 이 기억이 편집되고, 빈 기억을 채우기 위해 왜곡도 일어난다고 한다.감각적으로 인지되어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일이라 해도언제든 그것이 거짓이거나 혹은 왜곡된 부분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었다.글을 읽..

신록의 계절이라는 5월...아주아주아주 기분좋은 산책을 했다.경기도 광주, 곤지암에 자리한 "화담숲"LG의 고 구본무회장의 별장이 있는 곳이었다던가.산 하나를 거대한 정원처럼 가꾸고, 길을 나무데크로 포장하고 잘 다듬어서 오르막길을 걸으면서도편안한 산책을 하는 기분이었다.그래서인지 가족 단위로,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온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모노레일이 있어 미리 예매하면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내려오며 여러 테마의 정원들을 둘러볼 수 있어 편의성도 좋았다. 자주 보던 꽃과 나무들도 있고, 처음 보는 꽃과 나무들도 있었다.무엇보다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숲을 이룬 나무들의 움직임이 바다의 파도 같아서보는 것만으로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초록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이 나고 즐거웠다. 그리고..

를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대출을 했는데...두께가 어마어마했다.예전 같으면 2,3일 잡고 있으면 충분히 읽을 분량이었지만집중력이나 독서력이 예전보다 현저히 떨어진 지금... 두툼한 책의 두께가 넘사벽처럼 느껴졌다.서장과 1장만 읽었는데 대출기간인 2주가 지났고자괴감에 빠져 반납했는데 오! 10대를 위한 요약집이 등장했다는 거다.이거다!꾀를 한번 부려보자, 싶었는데...막상 읽어보니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었다.쉽게 얻으려는 잔꾀가 좋은 결과를 낳을 리 없었다. 우선 책 내용은 10대의 눈높이에 맞춰져있으니 가독성이 무척 좋았다.4시간 정도 투자하면 다 읽을 수 있었는데문제는... 이 책의 저자는 '김정진 교수'... 말하자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을 읽은 저자가 자기의 생각과 의 내용을 섞어서 자신의 ..

특이하고 재미있는 영화였다.근대화 된 유럽이 배경인 것 같은데 과장된 벨라의 옷차림이나 세트로 보이는 공간의 구성들이 시대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기 보다 오히려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보이게 했다.성인인 벨라는 행동이 모두 부자연스럽고, 언어를 잘 사용하지 못한다. 벨라를 만들어(?) 낸 갓윈 벡스터는 벨라의 언어습득 과정을 기록할 사람으로 맥스를 집으로 불러들이고, 성에 눈을 뜨는 벨라와 점점 벨라를 이성적으로 바라보게 된 맥스의 약혼을 추진한다. 하지만 집 밖의 세상을 알고 싶은 벨라는 변호사 덩컨의 유혹에 넘어가 집을 떠나게 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며 여행을 하며 자아를 찾아간다.경박한 바람둥이인 덩컨은 웃음 담당이었던 듯 예상하지 못했던 성격 변화를 보여주었는데 벨라와 춤을 추는 부분에서는 진짜 둘은 ..

간만에 읽은, 400쪽이 넘는 장편소설이었다. 어느 날, 만 20세가 넘은 모든 사람들의 집 앞에 하나의 상자가 나타난다. 누가 보냈는지, 어떻게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보낼 수 있었는지,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이 안에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상자 안에는 끈 하나가 들어있고, 사람들은 그 끈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수명이라는 걸 알게 된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생각났던 소설이 "눈 먼 자들의 도시"였다. 하지만 가 인간 안에 내재된 폭력성과 야만성을 보여주었다면 이 소설은 인간이 '현상'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는가를 보여주었던 던 것 같다. 모두들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하는 동안 자신의 수명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짧은 끈'을 받은 사람들이 문제를..

이미 많은 관객이 들었고, 영화평도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다. 후반부가 아쉽다는 평도 여럿 있었는데, 나는 후반부의 이야기도 좋았다. 일제가 우리 민족의 정기를 꺾기 위해 철심을 백두대간에 박았다는 이야기는 많이 있었고 실제적으로 발견된 쇠말뚝들에 대해 해방 후 국토개발 차원에서 행해졌던 토지조사 과정에서 버려진 것들이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그 쇠말뚝은 음모론, 전설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쇠말뚝'이 상징하는 의미가 아예 거짓은 아니다. 영화에서처럼 쇠말뚝의 정체는 반드시 '쇠'라는 구체적 사물이 아닌 우리 사회 안에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가 뚜렷하며 그 잔재가 현재의 새로운 이슈와 이념들과 버무려지며 계속 진화하고, 우리의 현재에 간섭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지 않은가. 해방 후 친일 청산이 ..
미세 먼지가 '좋음'이랬는데 바람 끝에 목이 칼칼해진다. 건조한 것 같지 않은데 코끝에 오래 된 먼지 냄새가 난다. 봄이 오나보다. 어렸을 때는 봄이 온다는 건 개학을 한다는 말이었다. 봄은 어떤 시작을 이야기했고, 봄은 마음을 간질이며 갑작스러운 재채기처럼 충동적인 무언가를 불렀다. 하지만 이제 그런 봄은 오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와 마찬가지로 이제 봄은 설레지도, 새롭지도, 희망적이지도 않다. 어제를 지나 오늘을 살듯 겨울을 지나 봄을 사는 것 뿐이다. 그 뿐이다. 흙냄새가 좀더 강해진 바람, 좀더 따뜻해진 햇살, 잦아진 재채기와 갑자기 떨어지는 콧물... 봄은 그 뿐이다. 그저 여러 나날 중의 한 날. 피로한 삶의 한 과정이다, 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