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그녀와 그녀 (2)
다락방
미세 먼지가 '좋음'이랬는데 바람 끝에 목이 칼칼해진다. 건조한 것 같지 않은데 코끝에 오래 된 먼지 냄새가 난다. 봄이 오나보다. 어렸을 때는 봄이 온다는 건 개학을 한다는 말이었다. 봄은 어떤 시작을 이야기했고, 봄은 마음을 간질이며 갑작스러운 재채기처럼 충동적인 무언가를 불렀다. 하지만 이제 그런 봄은 오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와 마찬가지로 이제 봄은 설레지도, 새롭지도, 희망적이지도 않다. 어제를 지나 오늘을 살듯 겨울을 지나 봄을 사는 것 뿐이다. 그 뿐이다. 흙냄새가 좀더 강해진 바람, 좀더 따뜻해진 햇살, 잦아진 재채기와 갑자기 떨어지는 콧물... 봄은 그 뿐이다. 그저 여러 나날 중의 한 날. 피로한 삶의 한 과정이다, 봄은.
어느 새 또 봄이 오나 보다. 아직 바람이 차기는 하지만 낮에는 두꺼운 옷들이 무겁게 느껴질 정도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이 무거운 날이 많아져 기운이 없다. 환절기니까 그렇다는 딸의 말을 들으며 그런가, 하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봄이 오면, 조금이라도 날이 풀리면 할 일이 많았다. 한 번에 다 하려면 손이 바빠지니 한겨울용 두꺼운 옷들을 먼저 정리하고 이불도 덜 무거운 것으로 바꾸어야 하고 반찬도 좀더 입맛을 돋울 새콤한 것들로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늘 마음 뿐,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버거운 날들 속에 내 의욕이라는 게 남은 게 있을까. 얼굴만 늙고, 피부만 늘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몸이 늘어지며 하루가 점점 덧없어지는 게 늙는 거라는 걸 이제는 알겠지만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