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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산의 쉼터 같은 느낌의 주차장에서부터 시야는 확 트였다.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산책로를 따라 오분 남짓 가면 우와! 소리가 절로 나는 풍경들이 있다. 좁지만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하나 더 만들어놨는데 가슴이 트이는 기분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벤치도 있어서 느긋하게 앉아서 해 지는 풍경을 바라봐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낙조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배가 고팠다. 볼거리가 단순하다고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여유로운 마음으로 느긋하게 바라본다면 더없이 아름다운 장소가 될 것 같았다.

비가 온다고 했다. 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비가 오는 날짜는 늘어나고 비 올 확률도 올라가더니 여행 시작 당일은 비가 오지 않았다. 첫 목적지는 영월의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전국에 강풍이 불고 비가 올거라던 예보가 틀릴 것처럼 햇살이 적당하게 기분 좋았다. 사람도 많지 않고, 5월의 초록은 세상 무엇보다 예쁠 계절이라 눈에 민트를 부어 넣은 듯 시야가 환해졌다. 아래를 내려보니 뗏목이 다니는데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 너무 여유로워보였다. 마지막 배는 5시라는 정보를 입수, 우리는 10여분 떨어진 한반도 뗏목체험장으로 갔다. 처음에는 우리만 타는 걸까 싶었는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섯 팀 정도가 뗏목을 탔다. 뗏목 운행을 하시는 두 분의 안내가 무척이나 재미있었는데 한반도지형이라는 이름에 ..

차별은 나쁜 사람들만 하는 것일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돈만 밝히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있는 집 자식과 없는 집 자식을 '너희 아버지 뭐 하시노?'라는 말로 차별하고, 욕심많고 못되게 생긴 아줌마들이나 술 취한 꼰대형 아저씨들이 유색 인종들에게 몹쓸 말을 내뱉고 사모님형 예비 시엄마가 표독스러운 얼굴로 부족한 며느릿감에게 내뱉는 모욕과 차별의 말들을 내뱉는다. 그러면 저절로 이런 말이 나온다. "못 됐네." 이 책은 그런 차별에 대한 편견을 벗겨준다. 일상에서 우리는 불쑥불쑥 차별의 순간들을 맞이하게 되고 일상같은 편견과 선입견에 의해 우리는 '그 문제는 좀 다르지 않아?'라며 "차별"을 하게 된다고 조곤조곤, 쉽고 편한 말투로 알려준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좀 불편해지기도 하는데 '언어'가 가진 ..

지난 3월 19일에 전시가 종료되었다.전시가 워낙 좋아서관람 감상을 얼른 쓰고 싶었는데다녀온 다음날 뉴스에서 한 소식을 접하고 열망이 식어버렸다.그렇게 방치해두고, 사진도 몇 장 지워버렸는데전시에서 가져온 팜플렛이 눈에 띄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역사 시간에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외규장각 의궤.병인양요 때, 강화에 보관하고 있던 이 기록물들은 프랑스 군인들에 의해 도둑맞았고문화재 보관 능력 운운하며 프랑스가 반환하지 않던 것이우리나라에 돌아온, 귀환 10년 기념 특별전이었다. 보면서 느꼈던 처음은 - 와, 진정 우리는 기록에 진심인 민족이었구나.국가 행사에 사용된 그릇, 도구 하나하나 그림으로 그리고, 그 용도를 기록으로 남겨둔 기록들이 어마어마했고그러한 기록의 목적은 '국가 의례나 행사에서 모범적인..

환경이나 인문,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읽거나 접했던 정보들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는 환경 문제에서 다루는 문제의식이나 현재 상황들과 지금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인문학 도서들에서의 내용들이 파편화되어 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따로따로 떠다니던 머릿속의 정보들이 하나로 꿰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몇년 전에 있었던 "윌가 1%를 향한 99%"의 시위가 생각이 나기도 했는데 단순 경제 불평등의 문제를 넘어서 그 1%의 부자들이 지구를 향한 폭력적인 착취와 지배를 실행하고 있고 그 속에서 지구가, 인류의 세상이 망가져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글이었다. 인도의 전통적인 생명중심사상-이라고 정리는 하지만 사실 유럽이 산업혁명에 성공하기 이전 지구 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명중심의 사..

카카페에서 3다무로 풀렸을 때 열심히 달렸던 소설이다. 리디북스라던가.... 그곳에서 연재됐던 몇 년전부터 유명했던 소설이라고 하는데 웹툰화되면서 카카페에서도 열린 모양이었다. 길기도 엄청 긴데...작가의 서술 방식이 무척 세밀하다. 그림으로 따지자면 중앙에 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그 옆에 그려진 사람의 이야기로 넘어가고, 또 그 뒤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도 자세하게 해 주고 그렇게 한 사건을 넘어가는데 장면 장면마다 인물 하나하나마다의 심리를 집어 넣어서 때로는 5편 내지 10편씩 건너뛰어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제인 오스틴의 을 읽을 때, 햇살 좋은 테라스에서 조곤조곤 수다떠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이 소설에서 받았는데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아서 중간에 포..

2020년에 JTBC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당시 클립영상들만 보고, 넷플에 올라오기를 기다렸던 드라마... 대사가 많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중 소설이나 수필, 시의 구절들이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로 나레이션처럼 깔리는 게 무척 좋았던 드라마였다. 잔잔한 영상미도 좋아서 편안하게 감상하기 참 좋았다. 잔잔하지만 사실 드라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막장 요소들이 많다. 매맞는 아내와 형부를 죽인 처제. 산속 집에서 엄마와 아빠에게 차례대로 버림받은 아이. 부모의 범죄로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아이. 약점이 만천하에 드러난 아이들을 향한 동네 사람들의 적의와 눈총.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이름표 같은 아이들의 상처. 그걸 간식거리처럼 수다거리로 삼는 사람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내용들을 전면에 드러내기..

-생략- 그러나 너는 우리와는 달라. 하지만 네가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이 우리를 기쁘게도 하지. 우리는 불행하게도 네 엄마를 도와줄 수가 없었어. 그렇지만 너는 도와줄 수 있단다. - 중략- 우리들은 네게 많은 애정을 쏟으며 돌봐왔지. 그렇지만 너를 고양이처럼 만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단다. 우리들은 그냥 너를 사랑하는 거야. - 중략- 우린 우리와는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지. 우리와 같은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야. 하지만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런데 너는 그것을 깨닫게 했어. 너는 갈매기야. 그러니 갈매기들의 운명을 따라야지. - 생략- 고양이 소르바스와 갈매기 켕가의 약속으로 시작된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