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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본문
2020년에 JTBC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당시 클립영상들만 보고, 넷플에 올라오기를 기다렸던 드라마...
대사가 많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중 소설이나 수필, 시의 구절들이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로 나레이션처럼 깔리는 게 무척 좋았던 드라마였다.
잔잔한 영상미도 좋아서 편안하게 감상하기 참 좋았다.
잔잔하지만 사실 드라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막장 요소들이 많다.
매맞는 아내와 형부를 죽인 처제.
산속 집에서 엄마와 아빠에게 차례대로 버림받은 아이.
부모의 범죄로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아이.
약점이 만천하에 드러난 아이들을 향한 동네 사람들의 적의와 눈총.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이름표 같은 아이들의 상처.
그걸 간식거리처럼 수다거리로 삼는 사람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내용들을 전면에 드러내기 보다는 배경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배경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찬찬히 바라본다.
그 마음을 바라보면서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내 마음 역시 위로 받는 기분이다.
또, 한 회 끝에 스틸컷이 책장처럼 넘어가며 나오는 윤섭의 글들이 참 서정적이어서 책을 읽는 느낌이 드는 것도 좋았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사람이 자신의 삶을 품에 안는 것이,
사람이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내 삶을 따뜻하게 하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해준 드라마였다.
사람들은 나를 부랑자의 자식이라 부르며, 내가 행복해 하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부랑자의 자식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냐며......
그러나 그들의 시선에 내가 불행할 이유는 없다.
내 곁에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 이 비슷한 내용의 윤섭의 대사는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
'휘'라는 이름처럼 드라마에 활기를 불어넣는 '윤섭' 동생 역의 김환희 배우의 활기도 무척 웃겼다.
혜원과 이모의 티키타카도 웃기고 ,
오랜만에 본 진희경 배우의 카리스마도 짱이었다.
다음에 또 느긋하게 정주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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