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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아직 오늘 중 2024. 4. 8. 10:43

출처 -다음 검색/ 홍보용 포토

 

이미 많은 관객이 들었고, 영화평도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다. 

후반부가 아쉽다는 평도 여럿 있었는데, 나는 후반부의 이야기도 좋았다.

일제가 우리 민족의 정기를 꺾기 위해 철심을 백두대간에 박았다는 이야기는 많이 있었고

실제적으로 발견된 쇠말뚝들에 대해 해방 후 국토개발 차원에서 행해졌던 토지조사 과정에서 버려진 것들이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그 쇠말뚝은 음모론, 전설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쇠말뚝'이 상징하는 의미가 아예 거짓은 아니다.

영화에서처럼 쇠말뚝의 정체는 반드시 '쇠'라는 구체적 사물이 아닌

우리 사회 안에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가 뚜렷하며

그 잔재가 현재의 새로운 이슈와 이념들과 버무려지며 계속 진화하고,

우리의 현재에 간섭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지 않은가.

해방 후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게 근본적인 문제라면 그렇겠지만

친일 청산이 흐지부지된 데에는 미군정이라는 정치적 상황과

남북분단이라는 국내적 상황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가를 생각하면 가슴에서 뭔가 치밀어오른다.

그렇게 살아남은 일제의 잔재가 우리 사회 주류로 포함되어 끊임없이 

식민사관을 주입하고, 그 사관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외교와 정치, 문화에 스며들어

논란이 아닌 논쟁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현실을 보면

일제가 우리의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한 팩트이지 않겠는가.

 

개개인이 맞서기에는 너무 강력한 힘을 가진 일본 정령.

거기에 맞서는 사람들이 무속인과 지관, 장의사라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우리의 전통적인 민속신앙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부분의 인물들이라는 것 때문이다.

또, 연기 구멍이 하나도 없다는 것 역시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주요 요소이기도 했다.

조연들 하나까지 진짜 아쉬운 인물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무녀가 신을 받기 위해 추는 신무에서 화무의 어깨 바운스는 뭔가 테크노의 '삘'이 느껴지는 건,

악귀를 불러들이기 위해 외우는 주문(노래)에서 트로트와 민요의 어느 중간쯤으로 느껴지는 건,

내가 그동안 너무 많은 영상들을 봐서, 눈높이가 너무 높아진 탓이려나 싶었는데....

모든 무당들이 한결같이 동일한 곡조와 몸짓으로 굿을 하는 것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젊은 '화림'의 경우 다른 느낌이 날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극장까지 찾아가는 노력과 영화를 보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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