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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몬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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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몬드>

아직 오늘 중 2023. 9. 27. 22:55

 

출처 - yes24

 

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새로 읽을 때처럼 재미있게, 그리고 더 신경써서 읽었다.

 

열린 결말이 가슴에 몽글몽글한 희망과 알싸한 슬픔을 느끼게 했다.

드라마 '비밀의 숲'의 주인공인 황시목처럼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윤재가 주인공이다. 

차이가 있다면 황시목은 지나치게 예민한 신경을 누르기 위해 편도체를 제거했다면

윤재는 선천적으로 편도체가 작다는 것.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 윤재는 이상한 아이, 괴물로 불리지만

책을 읽다보면 정말 괴물이 누구일지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다.

정상이라는 범주 속에 있지만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인지, 도덕적 민감성이 낮은 아이들과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거나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는, 도덕적 상상력이 낮은 아이들은 정말 정상인 걸까.

학교 폭력과 관련된 기사들을 읽을 때마다 보이는,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행동에 끊임없이 이유를 갖다대며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가해자들이

모두 윤재와 같은 알렉시티미아 환자들은 아닐 것이다.

'보통'이라는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어긋나면 괴물 혹은 불량아라는 딱지를 붙이고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듯 손가락질을 해대는 자신의 모습이 괴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건 아닐까.

 

그에 가장 큰 아픔을 겪는 아이는 곤이 아닐까 싶었다.

한 아이가 어떤 어른을 만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보여주는 건 

곤과 윤재라고 생각했다.

부족함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주변에서 끊임없이 쏟아주는 사랑과 보살핌으로 성장해가는 윤재의 모습과

불행한 우연으로 계속 버림받고, 나쁜 아이로 낙인찍혀 결국 스스로 생채기를 내며 성장을 멈춘 곤의 모습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

윤재에게 도움을 주었던 심 박사는 의사들이 라벨을 붙이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다.

라벨을 붙임으로해서 낯선 환자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지만

일반인들 역시 상대에게 라벨을 붙이고 자신의 편견에 맞게 상대를 재단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렇게 좋은 소설이 절판 되었던 건

출판사와의 저작권 문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카카페가 문학상 수상자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위법 판결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이 소설 역시 그런 침해 사례를 겪고 다른 출판사에서 다시 출판되었다고 한다.

거대 출판사와 갈등을 겪는 일은 책을 내야하는 작가의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다.

이 글의 작가 손원평 씨의 건필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