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소설 <고요한 우연> 본문

보다, 듣다, 읽다

소설 <고요한 우연>

아직 오늘 중 2023. 9. 6. 10:26

사진 출처 - 예스24

별과 사람을 이루고 있는 구성성분은 95% 정도가 유사하다고 한다.

밤하늘에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공간 속에도 수없이 많은 행성들과 항성들이 수없이 많이 있지만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반짝거리는 별들은 적다.

그중에서도 자체적으로 발광하는 행성은 또 적다.

이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반짝이는 사람들은 적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SNS를 하고, 블로그를 하지만 인플루언서는 그 중 몇일 뿐이다.

그 반짝이는 몇몇과 평범한 다수.

아이들의 고민과 정체성을 별에 빗대어 표현하는 문장들이 무척 마음에 와 닿는 소설이었다. 

특히나 경쟁이 심화된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개성을 발견하지 못한,

그래서 자신이 심심한 흰 밥처럼 느껴지는 '나' 수현이의 고민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들이 지나갔다.

이러한 고민들이 단지 청소년의 문제이기만 할까.

사회에 나와서도 사람들 속에서 크고작은 부침들이 많고

그 안에서 내 정체성을 흔들리고 자존감은 마모되기 쉽다.

누구나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 되어야지만 위너가 되는 듯한 삶.

 

"태양이랑 달을 제외하면 지구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별인데, 금성은 사실 빛을 내는 별이 아니잖아."
-중략-
"그렇지만 저렇게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기도 하지."


 

마이클 콜린스는 달에 착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처음에는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이내 그런 마음이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마이클 콜린스에게는 달을 탐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임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료의 귀환을 기다리는 것, 무사히 탐사를 마친 동료들과 함께 지구로 돌아가는 것.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이었던 명왕성은 달보다도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궤도의 모양이 다른 별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행성이라는 이름을 빼앗겼다.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으니까."
-중략-
"나는 안타까웠어. 할 수만 있다면 기준을 바꿔서라도 행성이라는 이름을 다시 붙여주고 싶었어. 그땐 미처 몰랐거든. 우리가 어떤 이름으로 부루든 명왕성이 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꼭 행성이 될 필요는 없는 거야."

 

내 삶의 무게 중심은 내 안에 있어야 한다.

그 무게 중심의 자리를 내 안에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척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별 것도 아닌 그 무게중심을 시샘하는 사람들과도

나보다 환하게 빛나는 사람들도

내 못난 모습만 자꾸 들여다보는 내 열등감도

모두 내 무게중심을 유지하는 데 힘겨운 걸림돌들이다.

내 삶의 자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내 삶을 건강하게 만들고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려는 마음을 잊어버리면 

내가 아무리 빛나더라도 그 빛은 점멸되어가는 중일 뿐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삶에는 '위너'와 '루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충실함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

 

이런 생각들을 흔들흔들 하게 되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