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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D.P>

아직 오늘 중 2021. 9. 1. 11:18

재미있다.

많이 봐왔던 버디무비 형식에

'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묵인', '방관'이라는 소극적 악행에 책임을 묻는, 낯설지만은 않은 결말.

하지만 극을 끌어가는 배우들의 연기 조합이 너무 좋았고,

부분부분 허를 찌르는 요소들도 있었다.

특히 요즘 포털에서 자주 보는 이름인 '구교환'이 인상적이었는데

진짜 이름값 하는구나, 싶었다.

보고 싶었지만 아직 보지 못한 '모가디슈'에서의 구교환이 궁금해졌다. 

-꼭 보러가야지.

힘을 빼고, 그러나 감춰진 기운을 슬쩍슬쩍 내보이며 주연인 정해인의 자리는 돋보이게 해주면서 자기의 색깔은 분명하게 가져가는 연기가 너무 좋았다.

사실 정해인의 연기는 - 내 입장에서는- 무색무취의 느낌이 강한데,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닌데 보고나면 잔상이 전혀 없는, 내게는 무개성이 개성처럼 느껴지는 배우여서 만약 구교환이 아니었다면 이 버디 형식이 이렇게 빛을 발했을까, 싶었다.

 

 

전쟁이 없는 상황에서 - 우리나라는 엄밀히 말하자면 휴전 상황이지만 - 군대는 유지가 목적이라고 했다.

휴전이라는 대외적 긴장과 북풍이라는 내부의 정치적 긴장이 교묘하게 혼합된 몇 십년 동안

권력이라는 단맛을 충분히 보았던 군대 안에서

결정권을 가진 리더들이 자기 자리 보전과 승진이라는 부대 내 정치에만 집중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점점 사라지게 될 거다.

단순한 문제도 정치가 끼어들면 복잡해지고

복잡한 문제도 정치의 논리로 단순화시켜 피해자는 피해자로만 남아버리고,

가해자들에게는 한때 치기어린 장난, 기억도 안 나는, 그 때는 누구나 그랬고 그래서 내 잘못만도 아닌

추억이 되어버린다.

충분히 '악'이라 명명하고 선도할 수 있는 일을

평범한 일상의 얼굴로 만들어버리는, 정말 잔인한 일을 시스템이, 그 시스템을 변경할 힘을 가진 사람들이 해나가고 있다면......

 

Deserter Pursuit...

탈영병 잡는 헌병...

나라 지키라고 귀한 자식 내줬는데 내 자식이 왜 남의 자식한테, 그것도 군대 조금 일찍 들어왔다는 이유로 선임이 된 애들에게 폭력을 당했는데, 어떻게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수 있냐고......

그렇게 착한 애였는데 그 애가 맞을 때 왜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았냐고 물어도

도망친 군인을 다시 잡아오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그게 그들을 돕는 최선의 방법인 참 답답한 현실.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는, 나는 해 볼 수 있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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