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도서 <당선, 합격, 계급> 본문
재작년에 생일 선물로 받은 책이었는데 이제야 읽었다.
게으름뱅이!
장강명 작가의 이름은 많이 들었고, 내가 이름을 많이 들은 만큼 소설 작품도 많은데
이 르포로 장강명 작가의 글을 처음 읽었다.
생각했던 거보다 신중하고 온화한 글을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문학의 위기, 문단의 위기라는 문제에 대해,
그리고 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회의 문제까지 다룬 글이었다.
소수 심사위원들의 눈에 들어 **문학상이라는 간판을 달고 작가가 되는 일, 그러한 제도권의 선택이 아닌 독자들이 만들어낸 작가라는 것'도' 가능한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고 여러분은 거기에 동참했고 그 증거가 지금 여기 앉아 있다고 했다. 그리고 평론가나 작가들의 서평보다 오히려 평범한 독자들이 카페에 앉아 남긴 '이 책 괜찮네'라는 한 줄이 더욱 힘이 있으니까. 여기저기에서 '여기 당신의 독자가 있다'고 손을 흔들어 달라고 했다.
<달러구트 꿈백화점>이라는 책이 있다. 이미 여러 온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를 달성했고, 2권이 나왔다.
이 책이 바로 텀블벅 클라우드 펀딩으로 출판하게 된 책이라고 들었다.
책은 아주 재미있었고, 문학적 장치들도 훌륭한 글이라고 생각했다.
그 독창적인 세계관이 장르소설에 적합했고,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던 <위저드 베이커리>와 비교했을 때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딱히 없는 글이었다.
하지만 등단이라는 제도를 통하지 않은 이 작가가, 문학 세계에서 작가로 통용되겠는가.
'작가'라는 타이틀이 갖는 성벽의 문제에 대해 짚으면서
동시에 대기업 채용, 공무원 시험, 사법고시와 로스쿨의 이야기를 통해
그 안에 도사린 특권의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쓴이의 의견에 많이 공감이 갔다.
간판의 본질적인 힘을 허물어야 한다. 그래야 간판의 중요성이 모든 방향으로 동시에 낮아진다. 간판의 힘은 정보 부족에서 나온다. 독자나 출판사가 등단 작가를, 구직자가 대기업을, 기업이 명문대 졸업생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게 안전하다고 생각해서다. 글 잘 쓰는 미등단 작가, 연봉도 높고 복지 혜택도 다양한 중소기업, 일 잘하는 비명문대 졸업생이 분명히 있지만, 찾기가 너무 어렵다. 잘못된 선택을 내렸을 때 져야 할 부담도 너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억지로 모험을 강요할 수는 없다.
-중략-
나는 사람들이 모험을 하게 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믿을 수 있는 정보가 그중 하나다. 다른 두 가지는 충분한 보상과 실패했을 경우의 대비책이다. 지금 학국 사회에는 그 세 가지가 다 부족하고, 평범한 사람과 기업들은 모험을 극히 꺼린다. 그 결과 역동성이 점점 사라지고 우리 공동체가 계급사회 같은 모습으로 굳어지는 중이다.
보리 출판사에서 나온 <우리 겨례의 문학사상>이라는 책을 읽었던 생각이 났다.
고려시대에도, 조선시대에도
글의 깊이가 가벼워짐을 개탄하고, 새로 나타난 글의 흐름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실린 글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가 문학의 가벼움 - 특히 장르 문학에 대해 가볍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어쩌면 모든 세대가 한번씩 말하는 "우리가 어릴 때는~"같은 걱정이 아닐까 싶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장강명 작가의 지적대로 장르 문학 안에서도 문학적으로 탁월한 작품들이 많이 있고
그 작가들을 "작가"라는 타이틀 안으로 포용하는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어야만
세대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걱정의 결이 달라지는 게 아닐까 싶었다.
웹툰 작가들 중에서도 "이분은 진짜 작가님으로 불러야한다!"싶은 작가들이 많은데
장르 문학 안에서도 그렇지 않을까.
장르 문학에 대한 내 편견 역시 만만치 않으니 그 색안경을 벗기 위한 내 노력 역시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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