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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상견니> 본문
오랜만에 본 대만 드라마이다.
중국본토 드라마는 넷플릭스를 시작하면서 여러 편 봤는데
대만 드라마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했던 청춘드라마들을 끝으로 오랜 시간 보지 않았다.
일부러는 아니고, 시간도 없었고 TV가 없는 환경이 되다보니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하루 동안 정주행을 한 <상견니>
연예기사에서 많이 봤고, 넷플릭스 추천작으로 노출이 많이 되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건, 코로나 확진자 밀접접촉으로 자가격리 대상자가 된 멘붕을 달래기 위해 뭔가 몰입할 게 필요했던 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중국드라마나 대만드라마를 본다면 좀 의아한 눈으로 보기도 한다.
그걸 어떻게 봐?
맞다. 내 주변인들은 대부분 중드나 대드의 일이회 장벽을 넘지 못한다.
뭔가 촌스럽고 과장된 듯한, 그래서 좀 시대착오적인 것 같은 오글거림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대만드라마가 촌스러워서 적응이 힘든데 다 보고 나면 그 촌스러움이 매력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상견니>는 내가 예전에 느꼈던 촌스러움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
예전에 비해 연출도, 배우들의 연기도 많이 세련돼 있다.
더구나 남자주인공을 연기한 허광한은 너무나 친숙하게 느껴지고, 우리나라 배우들의 여러 얼굴이 보인다.
눈을 감았다 뜨는 진지한 얼굴일 때는 김무열의 세번째 동생 정도라고 해도 좋을 것 같고
활짝 웃을 때는 박보검의 청량한 느낌이 난다.
평범한 듯 편안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이승기 같달까....
여자주인공의 가가연에게서는 슬쩍슬쩍 김희애의 느낌이 나기도 하고...
내용상으로는 타임슬립 로맨스물이고
논리적으로는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순환오류가 있지만 과학적 검증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고
로맨스가 목적이니까 자꾸 딴지를 거는 내 머리속의 이성을 잠재우면
진짜 현실의 문제를 싹 잊고 잠시 낭만이란 것을 느낄 수 있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주된 OST인 우바이의 '라스트 댄스'라는 노래가 머리에 각인되기 쉽다는 거다.
진짜 7,80년대 감성의 밴드 음악인데 드라마 내용과도 잘 어울리지만
21회가 진행되는 동안 한 회에 두세번씩은 멜로디가 나와서일까.
드라마가 끝나도 이 노래의 멜로디가 머릿속에 떠오르고 저절로 허광한의 웃는 얼굴과
가가연의 그리움 가득한 눈망울이 떠오른다.
각인효과와 연상효과가 아주 짱인 드라마.
대드나 중드는 진입장벽(?)이 나름 강한 장르같다.
그래서 주변에 잘 추천하지 않는 편인데 막상 보겠다면 꼭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3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3회까지 버텨보고
3회가 지나도 적응이 안되면 그건 진짜 취향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상견니는 이야기 전개가 더딘 편이므로 5회까지는 인내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현실의 문제를 잊고 싶을 때,
어떤 추억의 한 순간이 그리워질때,
감상에 젖기 좋은 드라마다.
- 이거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 한다는데, 제발 연기 못하고 얼굴만 되는 아이돌 쓰지 말고 제대로 연기할 줄 아는 배우 썼으면 좋겠다.
허광한 역은 박보검 제대하면 박보검이 해도 좋을 것 같고
도경수가 해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게 가가연의 역할인데 내면 연기가 가능한 배우가 아니면 드라마 망할 것 같다.
우는 얼굴 클로즈업 해서 예쁜 배우 말고
진짜 그리움과 외로움이 무언지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배우면 좋겠다.
영화로도 제작되어서 재개봉 하는 것 같던데
드라마 21회가 지겨울 것 같은 사람은 영화봐도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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