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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단종의 묘가 있는 곳. 기념관도 있고, 제법 넓었는데 우리는 릉만 돌아보기로 했다. 홍수로 청령포가 침식되어 이 곳으로 옮겨 귀양을 살다 결국 사약을 받을 단종. 숙종 때 복위되어 이곳에 릉을 썼다고 읽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다. 자신이 펼치지 못한 성군으로서의 꿈이 많아서였을까. 이곳에 와서 진심으로 원하는 바를 빌면 과거에 급제하고 소원성취하게 된다는, 단종제에 대한 설명을 읽고 오르막길을 올랐다. 비가 내리고, 사람의 발걸음이 드문드문이어지며 앞산의 바람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들려오는 새소리를 듣자니 이상하게 기분이 자꾸 쓸쓸해졌다. 자그마해서 아무리 천천히 돌아도 40분이 넘게 걸리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들러서 소원도 빌고, 조금 고즈넉해져 돌아갔으면 좋..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다니지 못할 만큼 많은 비가 내렸던 것은 아니라 우리는 다행이다, 하는 마음으로 청령포로 향했다. 단종이 유배되어 머물던 곳으로 많은 비에 이곳이 침수되어 지금의 장릉 자리로 유배지가 옮겨졌다고 하는데 지금도 강물이 불면 청령포로 들어가는 배가 운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새벽 무렵부터 빗소리를 들었기에 조금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배는 안전하게 운행되고 있었다. 저 가운데 소나무들이 빡빡한 머리숱처럼 보이는 저 안에 단종의 거주지였던 곳이 있다. 한껏 초록이 세상을 점령하고 있는 오월 속에 단종의 거주지였다는 곳 옆에는 단종의 시중을 들던 궁녀와 무사들의 거처가 있었던 모양인데 그 안에 마네킹들이 앉아 있어서 날씨와 함께 좀 무섭게 느껴졌다. 우리는 단종어소를 시작으로 관음송..

산의 쉼터 같은 느낌의 주차장에서부터 시야는 확 트였다.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산책로를 따라 오분 남짓 가면 우와! 소리가 절로 나는 풍경들이 있다. 좁지만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하나 더 만들어놨는데 가슴이 트이는 기분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벤치도 있어서 느긋하게 앉아서 해 지는 풍경을 바라봐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낙조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배가 고팠다. 볼거리가 단순하다고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여유로운 마음으로 느긋하게 바라본다면 더없이 아름다운 장소가 될 것 같았다.

비가 온다고 했다. 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비가 오는 날짜는 늘어나고 비 올 확률도 올라가더니 여행 시작 당일은 비가 오지 않았다. 첫 목적지는 영월의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전국에 강풍이 불고 비가 올거라던 예보가 틀릴 것처럼 햇살이 적당하게 기분 좋았다. 사람도 많지 않고, 5월의 초록은 세상 무엇보다 예쁠 계절이라 눈에 민트를 부어 넣은 듯 시야가 환해졌다. 아래를 내려보니 뗏목이 다니는데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 너무 여유로워보였다. 마지막 배는 5시라는 정보를 입수, 우리는 10여분 떨어진 한반도 뗏목체험장으로 갔다. 처음에는 우리만 타는 걸까 싶었는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섯 팀 정도가 뗏목을 탔다. 뗏목 운행을 하시는 두 분의 안내가 무척이나 재미있었는데 한반도지형이라는 이름에 ..

야경이 예쁘다는 동궁과 월지에 가기 위해 첨성대를 지나기로 했다.조명 사용의 잘못된 사례처럼 첨성대 부근의 야경은...... 좀 무서웠다. 은은한 대금소리마저 흐느낌 같아서...코로나로 여행을 하지 않은 2년 동안 카메라를 방치해 두었더니... 야경 사진의 결과가 아주 가관이었다.그래도 주변에 사람이 많아 으슥하지는 않았지만사실 야경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은 때는 해질녁 직전이라 그 시간대에 맞췄다면 핑크뮬리 사진도 예쁘게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친구와 쉴 새없이 떠들며 걷다보면 어느새 도착하는 동궁과 월지. 사람이 정말 많아서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쉽지 않았다.하지만 가족여행으로 갔던 여름에 비하면 한산한 편이었던 지라 조금은 느긋하게 걸을 수 있었다.예전에는 안압지로 불리기도 했는..

가을의 경주는 처음인 것 같다.봄의 수학여행, 여름의 가족 여행.. 겨울의 경주만 보면 사계절 모두 보는 건가... 처음 도착한 곳은 숙소 '황남관'이 있는 황리단길.경리단길 이후 ~~리단길이 참 많은데가서 보면 좀 비슷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특색이 있다면 황리단길에는 운세를 보는 자판기가 많더라는 것.검색하면 금방 나오는 황남샌드며 경주샌드, 십원빵, 경주빵 간판들이 이곳이 경주라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다.줄 서서 먹을 정도로 유명하다는 교리김밥은 그냥 김밥 맛이었고...이곳에서 처음 먹어본 순두부아이스크림( 두유로 만들었다고 한다)은 생각보다 맛있었다.처음 도전하는 음식이라 흑당이 첨가된 걸 먹었는데 그냥 먹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는...어느 카페나 음식점에 들어가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면 이곳의 ..

사람들은 바다, 하면 동해를 꼽지만나는 남해바다ㅡ서해 바다를 좋아한다.서해 바다는 갯펄이 있어 지저분하고 물도 별로라고 하지만썰물이 나간 후 드러난, 구멍 숭숭 뚫린 그 안의 조개며 작은 생물들의 흔적과그것들을 먹이로 살아가는 바다새들의 생명력을 그대로 볼 수 있어 나는 서해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번에 간 충남의 파도리 바닷가는 동해나 제주의 바다를 떠오르게 했는데아마 바위가 많아서였던 것 같다. 그 푸른 서해 바다를 편하게 앉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카페 PADO였다. 카페 내부에도 전면 테이블 자리가 있고, 시원한 유리벽이라 음료를 마시며 바다 구경을 하기에 좋은 자리였다.카페에서 바닷가로 내려가기도 쉬워서 바위 틈의 다슬기 같은 걸 따는 사람들도 보였고해수욕장도 가까워보였다. 유명세를 타면서 사..

저 자갈들이 바닷물로 덮이면 간월암으로 가는 길이 사라진다고 한다.아침 무렵에 한 번, 저녁 무렵에 한 번... 한두시간 정도 길이 사라져 섬이 되는 곳에 혼자 자리한 간월암...그래서 간월암에 가려면 물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 간월암 홈페이지에 가면 있다.산속에 있는 유명 사찰들과 달리 간월암에는 찻집이 없다. 대웅전과 삼신각, 그리고 불교용품을 파는 가게(?)가 있다.하지만 드넓은 바다가 바로 눈앞에 있어,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는 파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반나절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곳...오후 세 시경, 가장 뜨거울 때 찾아가서였을까...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저 빨간 등대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었지만...... 더웠다. 간월암에서 바라본 것으로 만족... 생각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