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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리듬 앤 베이스 볼>

아직 오늘 중 2026. 1. 25. 12:38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었던 <리듬 앤 베이스 볼>

'경이로운 소문'의 장이 작가가 글을 쓰고, 황지성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그림 작가의 그림체가 장이 작가의 그림체와 비슷해서 처음에는 그림 작가가 따로 있는지 몰랐다. 

장이 작가의 작품을 접한 건 '경이로운 소문'이 처음이었는데 완전 반해버렸다. 

용서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나쁜 악당들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따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판타지 액션물이었던 '경이로운 소문'에서 이 작가님이 얼마나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지 알아버렸기에 <리듬 앤 베이스볼> 역시 망설임 없이 시간을 투자했다. 

결과는 역시 감동의 눈물 ㅠㅠ

까지는 아니고 ㅎㅎㅎㅎㅎ 따뜻한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야구'가 배경이 되고 야구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투수 이향기와 포수 조진.

어떤 이유로 앙숙이 된 채 학창 시절을 마무리하고, 프로선수로 만났지만 둘은 점수가 좋지 않은,

말하자면 '퇴물'이 되어버린 상태라는 것만은 공통적이다. 

결국 거한 한 판의 싸움으로 유명세를 타버렸지만 결국 구단에서 퇴출당하고 이대로는 야구선수가 아닌 개싸움의 대명사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판이다.

하지만 그렇게 은퇴하는 것은 지난 기록보다 너무 수치스럽고, 명예롭지 못하지 않은가.

선수로서의 마지막만큼은 내 스스로 납득할 만큼, 나를 사랑해 준 사람들에게만큼은 부끄럽지 않은 은퇴여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둘은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하기로 한다. 

그렇게 그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리듬'

그 리듬을 따라 이야기가 흘러간다. 

 

장이 작가의 작품답게 이야기의 요소요소에는 재미와 함께 '삶'에 대한 작가만의 성찰과 주제가 보인다.

야구는 9명의 팀원이 함께 하는 운동이지만 투수와 타자의 대결로만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 선수들 개개인의 성적이 따로따로 매겨지고, 플레이가 팀원들이 각자의 구역으로 펼쳐져 혼자 뛰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팀의 승패가 스타 선수 몇몇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야구는 엄연한 팀플이다. 자기 혼자 홈런 여럿친다고 이길 수 있는 게 아니고 혼자 0의 방어율을 자랑한다고 우승하는 게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우리'가 될 때 좋은 플레이가 나오고 개인과 팀이 비슷한 성적이 나온다. 

그런데 그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억대 연봉의 스타가 아닐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활약만 믿고 팀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작은 노력들과 배려들을 놓치면 '우리' 팀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건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특출난 몇몇만으로 이뤄진 것들이 아닌데도 우리는 종종 특출 난 몇몇만 중요시하고 그보다 많은 곳에서 많은 역할들을 묵묵히 해내는 다수들을 하찮게 생각하지는 않는지. 그렇기에 자신의 역할은 무조건 '특출'난 것이어야 하고, 결과가 '특출'나지 않으면 무시하고 실망하고 형편없다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 역시 그렇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 시대가 빠르게 변하다보니 그 시대를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세대들에 대한 무시가 만만치 않다. 경험에서의 추출되는 정답은 이제 AI가 알려주는 시대이니 한 개인의 경험은 나이자랑일 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나이가 많으면 은퇴가 가까워진 거고, 나이가 많으면 사회적 기회도 당연히 줄어든다. 기대수명이 점점 늘어나 120세 시대라는데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부 보조도 최대가 39세 혹은 40대 초반이고 나머지는 모두 시니어에 들어간다.

더구나 스포츠계에서 40대를 바라보는 나이, 게다가 전성기라고 할만한 시절도 미미했던 선수. 

그들이 아무리 피땀을 흘린다해도 모두에게 환호받을 만한 결과를 내기가 쉽겠는가.

물론 웹툰이니까 우리의 주인공들은 성공한다. 

그 성공에 본인들이 흔들리까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쓰기도 한다. 

그 애씀이, 노력이 그들이 은퇴하고 난 후 제2의 삶에 무한 배터리가 되어줄 것임은 분명하다. 물론 그들이 성공이 가져다준 성취감과 경제적 보람도 크겠지만 그렇게 자신의 열정을 임계점까지 끓어올려 푹 끓인 경험이 있는데 자신의 삶에 들어온 커브 같은 전환점을 지탱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버텨본 사람은 버팀을 알고, 애써본 사람은 애씀을 안다. 

결과는 보상이지만 그 과정은 삶의 자세가 되어주는 게 아니겠는가. 

 

가끔 삶은, 별 일 없이 잘 살고 있을 때에도 나를 지치게 할 때가 있다. 

무언가 허무한 거 같기도 하고, 대단치도 않은 거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거 같아서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시기.

별 노력없이 탄성에 의해 굴러가기만 해도 아무 문제없을 것만 같은 때가 있다. 

그런 때에 읽으면 좋을 것 같고

혹은 이제 끝이다, 싶은 상황에서도 읽으면 위로가 될 것만 같다. 

웹툰 마지막 화 <작가의 말>을 캡쳐했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한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잘 담긴 웹툰이니까 말이다.

날도 추운 겨울... 따뜻한 만화 한 편.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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