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그녀1 - 1 본문
어느 새 또 봄이 오나 보다.
아직 바람이 차기는 하지만 낮에는 두꺼운 옷들이 무겁게 느껴질 정도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이 무거운 날이 많아져 기운이 없다.
환절기니까 그렇다는 딸의 말을 들으며 그런가, 하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봄이 오면, 조금이라도 날이 풀리면
할 일이 많았다.
한 번에 다 하려면 손이 바빠지니 한겨울용 두꺼운 옷들을 먼저 정리하고
이불도 덜 무거운 것으로 바꾸어야 하고
반찬도 좀더 입맛을 돋울 새콤한 것들로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늘 마음 뿐,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버거운 날들 속에 내 의욕이라는 게 남은 게 있을까.
얼굴만 늙고, 피부만 늘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몸이 늘어지며 하루가 점점 덧없어지는 게 늙는 거라는 걸 이제는 알겠지만
미리 알았다한들 피할 수 있었을까.
잠깐 나가본 공원의 벚나무들 가지 끝이 붉어지고 있었다.
조만간 꽃이 피겠지.
올해는 꽃을 보겠구나.
여상하던 꽃도 이제는 가끔 서글프다.
저 꽃이 내년에 온들 나는 저 꽃을 보랴, 싶은 마음이 해마다 늘어난다.
볼 수 있는 날이 돌아온다 해도,
그 시간 동안 새로울 힘 없이 늙어가는 일에만 익숙해질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외로운 일이므로
'내일'이란 시간이 나날이 무겁다.
아직 앙칼진 꽃샘 추위는 남았으려니 내복은 도톰한 걸 못 벗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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