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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탕탕평평전 - 글과 그림의 힘> 본문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전시를 하나 보자고 약속했었고
내가 고른 후보군 중 친구가 선택한 게 <탕탕평평 - 글과 그림의 힘> 전시였다.
12월 17일까자 무료 입장이었는데 우리는 그 전날 이 전시를 봤다. - 무려 작년이네!
치우침이 없고, 무리지음이 없으면 그것이 '탕평'
경종을 독살했다는 의심을 지속적으로 받았던 영조나
역적의 아들이라는 멍에를 씌운 노론과의 기싸움에 힘겨웠을 정조나
'치우치지 않고, 무리짓지 않으'려는 노력이 얼마나 지난한 것이었을지 잘 느껴졌다.
우리가 흔히 하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속된 말처럼
정조 역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벼슬아치와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던 편지들,
승정원의 기록, 관련된 사람들의 일기 등이 재미있었다.
특히 정조는 악필로 유명했다는데 악필의 필체가 그 정도라면 현대인들은 무엇? 싶기도 했다.
서예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정조의 필체에서는 힘이 느껴져 그가 40남짓의 나이에 죽었다는 게 새삼스럽기도 했다.
전에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도 봤던 정조의 화성행차도나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그림을 디지털화 해서 영상으로 만든 것들이 다시 또 전시되어 있어서, '뭐지?' 싶기도 했다.
저 행차 장면을 사실적으로 하나하나 그림으로 남긴 것도 대단한데, 각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그림을 자세하게 따로 설명해주는 부분이 있어 그림을 한번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전시 초입에 영조의 글씨가 적힌 전시물 앞에 서면 성우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미 그 자리를 지나온 사람에게는 소음밖에 되지 않는 청각적 과잉친절보다는 시각적이 배려가 더 마음에 들었다.
'치우침도, 무리지음도 없는 탕평'... 그 꿈같은 여운을 안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차가운 겨울바람이 달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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