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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내 블로그에서 나가>

아직 오늘 중 2023. 12. 30. 16:49

출처 - 예스24

시기와 질투가 누군가를 괴롭힐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악의적인 마음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계기로 설명이 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을 거다.

 

또, 내가 질투하는 그 사람을 내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내린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보다 월등한 사람이 되는 걸까.

내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위치로 내려왔다고 해서 내가 시기하던 그 사람의 장점이,

내가 부러워하고 시기했던 그 부분이 내게 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그 장점들이 그 사람에게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어느날, 인터넷 상에서 자신이 개설하지 않은 프로필(아마 SNS와 비슷한 것인 듯)로 어려움을 겪게 된 율리.

그 프로필에 올라온 사진들과 글들로 인해 율리는 학교 안에서도 힘들어지고

율리의 외모에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없어 접근하지 못하던 남학생들에게는 성희롱에 가까운 댓글들이,

보컬로 유명세까지 가진 율리를 시기, 질투하던 여학생들에게는 '이제야 본색을 드러냈네'하는

인격모독에 가까운 댓글들을 받으며 점점 심리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며 각각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1인칭 주인공시점의 형식이라

인물들의 입장과 심리가 다면적으로 그려진다.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일지는 쉽게 예측이 되지만

그 상황을 이용하고 즐기는 사람들의 심리가 더해지면서 범인이외의 동조자들의 상황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소설에는 율리가 가장 사랑하는 노래 'True colors'가 여러번 언급되는데

노래 가사처럼 자기 안의 진정한 색을 찾고, 그 색을 자신있게 표현할 수 있었다면

엘라도 야스미나도 그런 행동을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러나 사실 내 안에 깊이 숨어 있는 나 자신의 일부는 율리한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조금도 미안할 거 없다고, 다 자업자득이라고! 네가 뭔데? 풋, 근데 결국 이번에도 네가 주인공인 거니?

... 나는 이마와 뺨에 묻은 침을 닦아 냈다. 역겨웠다. 그리고 내가 보낸 이메일 내용과 똑같이, 율리가 실제로 얼마나 건방진 공주병 환자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 그게 바로 너의 원래 모습이야.

                                                                                                                                                                   - 본문 중에서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율리가 찾아왔을 때, 

가해자의 저 내면이 좀 섬칫하게 느껴졌다.

그건 가해자는 자기가 율리와 같은 일을 당한다하더라도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많은 사람들이 악성 댓글을 달고, 누군가를 사칭하는 SNS계정을 만들고, 

익명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이야기하는 거다. 그러게 네가 잘 했어야지.

 

자신이 누군가를 손가락질 할 때, 자신의 남은 세 손가락을 반드시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