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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 본문
누가 내게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냐 물으면 빠지지 않는 시인이 백석이다.
또, 소설가는 누구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서슴지 않고 대답하는 작가 중 하나가 김연수이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가, 내가 좋아하는 시인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아닌, 일곱해에 대해 쓴 소설.
읽으면서는 나는 지킨다, 버틴다, 살아낸다 세 가지 동사에 대해 내내 생각했다.
"그 순간, 기행이 가꿔온 믿음의 세계는 단숨에 무너졌고, 그 이후의 삶은 왜 그래야만 했는지 따져보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언어의 힘을 믿었고,
그 언어의 무력함을 보았고,
자신이 쓴 글이 하나도 남지 않고 불 속에 사라져 재로 부서지는 것을 보며 안도하게 되는 마음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니 문득 문득 떠올랐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지키며, 어떻게 버티고 살아낼 것인가.
살아낸다니...
참 오랜만에 나를 찾아온 말이 반갑기도, 서럽기도 하여
나는 이 소설을 읽고도 몇 개월 동안 마음에 무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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