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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석파정> 본문
지난 가을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나왔던 모양인데 그걸 모르고 갔다.
서울 미술관에 속한 석파정은
표를 구매한 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3층으로 올라가 야외로 나가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있었다.
미술관 측에서 물의 길이라 명명한, 현관문에서 나와 왼쪽의 비탈길로 오르면 별장이었다는 건물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다.
저 건물과 비탈길 사이에는
예전에는 계곡이었을, 지금은 강줄기로 보이는 물길이 나 있지만 겨울이라 물대신 눈이 내려 앉아 있었다.
한적하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길을 따라 걸으면 별천지 같은 느낌이 살짝 나는데
사실 고개만 조금 돌려도 건물 올라가는 공사장이 보이고, 삼층집이 보이는 지금에도 그런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는데
자연만이 가득 차 있었을 이백 여년 전의 풍경은 어떠했을까 상상해보니
과연 탐낼만한 경치요, 차지하고 싶은 별장이었겠구나 싶었다.
별장 건물이었을 채의 마루나 문의 자물쇠, 담벼락의 문양 등은 예스런 정취를 담아내고 있지만
그 옆 채로 통하는 문은 잠겨 있어 건물은 담벼락을 중심으로 외부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집이 <석파정>은 아니고
돌과 물을 즐길 수 있는 정자인 <석파정>은 물의 길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청나라의 느낌이 풍기는 이 정자는 당시로서는 가장 신식의 건축물 양식이었으리라.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대한제국의 위세를 보이기 위해 건물을 많이 지었다던 고종의 아버지 대원군이 지은 정자에서는
정쟁을 하다가도 잠시 고개를 들어 자연을 바라보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곳이었다.
600년 추정의 나이를 가진 서울시 보호수라는 소나무에 앉은 눈들이 아직 녹지 않은 찬바람에
평일이라는 특징 때문에 사람의 발길이 뜸해 더욱 고즈넉했던 석파정
한시간이면 천천히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는 짧은 산책길이지만
이곳의 봄의 얼굴도, 여름과 겨울의 모습도 보고 싶던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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