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스크랩] `사람이 먼저` 내세우는 정부 맞나 본문

보다, 듣다, 읽다

[스크랩] `사람이 먼저` 내세우는 정부 맞나

아직 오늘 중 2018. 1. 27. 10:52
`사람이 먼저` 내세우는 정부 맞나
http://v.media.daum.net/v/20180126105806311

출처 :  [미디어다음] 문화생활일반 
글쓴이 : 한겨레21 원글보기
메모 :  

[한겨레21]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 유감

새러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나는 올림픽을 좋아하지 않는다. 월드컵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포츠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한때는 마라톤에 씨름까지 챙겨보는 스포츠 팬이었다.

올림픽 정신 운운하지만 결국 선수들에게는 비인기종목에서 메달을 따서 연금을 보장받는 기회이고
극동의 코딱지보다 작은 반도국, 그것도 반토막난 국토를 가진 작은 나라로 세계에 이름 알리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계화 열등의식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는 명목으로 자랑스러워하는 그 모습들이
올림픽정신이니 스포츠정신이니 하는 말들로 포장되는데 염증이 났달까..... 뭐 그렇다.
물론, 운동선수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걸고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대표라는 순수한 마음만으로 운동을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말이다.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결과만 중요한......
그래서 국민의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프로축구팀 수도 모르면서 4년에 한번은 밤을 새워서라도 축구경기를 봐야하고
빨간 옷을 입고 광장에 나가야하는 그 쇼가,
비인기 종목이라 관심도 없다가 윤년처럼 4년에 한번 양궁을 보고, 하키를 보고 하는 그 양상이 - 이제 한동안은 테니스 중계도 열심히 하겠지?
국민들의 체력을 향상시킬 일반 운동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면서
올림픽에서 몇 등을 하는 게 뭐가 중요한가 말이다.

그래서 사실 이번 동계올림픽에도 관심이 별로 없다.
단지 옆에 있는 나가노의 시설들을 빌려 쓸 수 있는 건 그렇게 하는 게 좋을 텐데
나무들을 무식하게 다 잘라내고, 향후 누가 쓸까, 싶은 시설들에 많은 돈을 들여 경기장을 지은 게 못마땅할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치뤄지는 행사이지만 나에게는 이미 그들만의 올림픽일 뿐이다.
그런데 시끄럽다.  남북단일팀 구성. 예전에도 있었던 거 같은 그 팀이 왜 이리 시끄러운지.

나경원 ㄱㅆ은 단일팀 구성이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고 ㅈㄹ이고
한겨레에서 이런 기사가 떴다.
그 기사에 여자아이스하키팀 감독이라는 외국인의 사진이 떴길래
그 감독의 인터뷰가 바탕이 되는 기사인 줄 알고 클릭했더니 감독의 의견은 한 줄도 안 나왔다.
그런데 이 사진을 왜 갖다 쓴거지?

맞는 말이다.
여자아이스하키 팀의 구성원들은 많은 노력을 했을 거다.
비인기 종목으로의 한을 풀고 싶었을 거고
자신들이 이번에 잘 하면 그 이후로 뭔가 더 좋아질 수도 있고
메달권에라도 들면 작든 크든 연금이라는 것으로 지금의 어려움을 보상받을 수 있을테니.
그런데 정부에서 세 명의 선수자리를 북한 선수들에게 내놓으라니.
너희는 어차피 메달권에도 안 드니 별 문제가 없다느니.
아, 이런 씨팔!
맞다. 이 정부는 사람들에게 이러면 안 된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라고 하면 안 된다.
지가 지 입으로 하지 않았는가.
과정은 공정하고 깨끗할 거라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안 되는 거다.
맞다.
설득할 수 있을 때까지 선수들에게 단일팀 구성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그 양보와 배려에 대해 해줄 수 있는 보상에 대해 논의했어야 한다.
미안해하고 고마워했어야하는 과정들이 생략되고 통보만 남은 상황에서 어느 누가 그 일이 달갑겠는가.
더구나 이들은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통일이니 뭐니 관심도 없고 부정적인 생각만 난무했던 9년의 시간을 청소년기로 보냈던 세대가 아닌가.

하지만 정말 단일팀의 의미가 단지 그것뿐이겠는가.
북한이란 애들은 알 수가 없다.
미운 네살 같고 중2병을 앓는 것 같기도 한 그들이 올림픽이 끝나기도 전에 또 태평양을 향해 대포를 쏠 수도 있다.
그래도 지금은 선수단을 보내고, 응원단을 보내는 완화된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이들을 맞이하여 이들이 전쟁의 공포가 아닌 개방의 평화로 태도를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만큼 올림픽정신에 합당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왜 그 평화의 의미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는걸까.
왜 그 세계평화와 공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말하는 사람이 없는걸까.
왜 정부를 까대는 그것 이상의 의미는 짚어주지 않는가.

정말 그 의미가 무엇인지 누구나 다 알잖아,라는 베이스라면
기사를 양산해내는 사람들 역시 정부와 다를 바 없는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북단일팀의 진정한 의미와 본질이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주체는 정부의 일이기만 해야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