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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빈곤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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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빈곤론>

아직 오늘 중 2018. 2. 1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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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요약하자면 가난이라는 말에는 대체로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번째 의미의 가난은 단지 부자에 비해 가난하다는 것이고 그 중심은 '경제상의 불평등'이다.

두번째 의미의 가난은 구휼을 받는다는 의미의 가난이며 그 중심은 '경제상의 의존'에 있다.

그리고 세번째 의미의 가난은 생활필수품을 향유하지 못한다는 의미의 가난으로 '경제상의 결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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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예전부터 일본어로 번역이 잘 안 되는 'each for himself'(각자 알아서)라는 말을 생각해냈다.

실제로 영국은 'each for himself'의 나라다.

그런데 그런 영국에서 아이의 양육처럼 가정의 자치에 맡겨둘 만한 문제를 국가가 공공의 비용을 들여 해결하려고 한 것은

결국 이 나라 정치가가 가난이 국가의 큰 병이라는 것을 통절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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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대 사회의 수많은 사람들이 생활필수품을 충분히 구할 수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건은 많이 만들어져 있지만 그 분배가 잘 안 되기 때문이 아니라

실은 처음부터 생호라필수품이 충분히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야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중요하고 필수적인 물건이 아직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데도 도시로 나가보면 도처에 갖가지 호화로운 물건과 사치품들이 가게 앞에 즐비하게 널려있는 것은 왜일까?

사실 바로 여기에 현대 경제조직의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

오늘날의 경제 구조는 수요가 있는 물건에 한해서만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수요라는 것은 단지 사람들이 필요하여 요구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일정한 요구에 재력이 동반되어야만 비로소 수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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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모든 물품은 그 사용 방법에 따라 필수품이 되기도 하고 사치품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아무리 생산자가 필수품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소비자가 무책임하게 남용해버린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나는 생산자의 책임보다도 소비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일반 소비자의 책임보다도 특히 부자의 책임을 역설하는 것이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소비자와 생산자가 더불어 그 책임을 다하게 되면 완전히 이상적인 경제 상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 가와카미 하지메, 꾸리에,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