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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거대한 고독>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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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거대한 고독>

아직 오늘 중 2010. 11. 26. 12:30

 

두터운 화장을 한 지친 영혼,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삶이 짓밟아

낡아버린 소란한 거리를 어슬렁거린다.

주변 사람들이 밀치는 대로 떠밀린 우리는

천천히 배회하는 한심한 장기돌,

겉모습조차 끔찍한 가면에 불과하구나.

 

꽉 다문 그들 입술에는 마지막 구원인 양

싸구려 담배 한 개비가 물려 있구나.

 

그리고 한밤중의 허름한 식당에서

입 속처럼 붉은 포도주에 몸을

맡긴다.

 

우리의 종말, 우리의 외로운 영혼은

이런 꼴로 보이는구나.

이 세상은 눈물에는 대꾸하지 않고

분노에 몸을 떨면 우리 꼴은 더욱 비참해지니.

슬픈 영혼, 슬픈 영혼,

폐결핵 환자처럼 죽어가는 슬픈 영혼,

오늘은 우리 무엇을 마실까?

- 파베세, 젊음의 시-

 

 

니체에 따르면 그리스인의 그 넘쳐 흐르는 생의 본능은 '추론의 병',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그리고 바울의 기독교, 쇼펜하우어의 비관적 철학과 같은 추론의 병에 걸려 치명적으로 더럽혀졌다. 이 조락의 본능, 죽음의 철학은 생명에 대항하여 공격을 가할 것이다.그리스인을 죽인 것은 물론 '도덕'이 아니었다. 그러나 도덕과 비슷한 불행, '엄격하고 가혹하게 이성적인 불행', 모든 것을 파괴하고 너무 생명으로 충만한 뇌, 이 긍정, 아무 조건 없이 생에 대해 '네'라고 말하며, 야성적 나체의 자연에 대한 신화가 불러일으키는 '환락의 충격'으로 인한 디오니소스적 무사태평을 모두 불태워버리는 진정한 원리주의가 바로 그들의 불행이었다.

 

 

"......고통이 결정되고 구체적일수록 삶의 본능은 더욱 꿈틀거리고 자살하고픈 생각이 저하된다. 자살을 생각하면 그게 아주 쉬울 것 같다. 그리고 하찮은 평범한 여자도 자살을 해냈다. 오만이 아니라 겸손이 필요한 것이다.이런 모든 것이 나를 구역질나게 한다.말이 아니라 행동. 이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

- 프레데릭 파작 <거대한 고독>중에서, 현대문학, 2003-

 

니체와 파베세 그리고 글쓴이 파작.그들을 묶은 외로움과 이탈리아의 도시 토리노.삶이 시작된 순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아 죽음의 그림자를 끌고외로움이라는 선천적 그림자를 끌어서도달한 도시 토리노.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외로움의 본체를 보는 느낌.그래서 더 짙은 안개 속에 있는 기분.

 

이 책은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숙제처럼 던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