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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겨레의 미학 사상

아직 오늘 중 2010. 10. 21. 11:43

세상에는 흔히 글 쓰는 것을 작은 일로 여기고 소홀히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문학을 한갓 유희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통하지 않고서는 올바른 길을 밝힐 수가 없으므로 문학과 생활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조금도 떠날 수 없다.

 

옛글의 문체란 신기하던, 바르건, 짙건, 연하건, 상세하건, 간략하건 경우에 알맞게만 쓸 것이요, 일정한 규칙은 없다.

요컨대 글을 쓰는 목적이 네 가지 있으니

진리를 밝히는 것, 세상을 건지는 것, 숨은 것을 발견하는 것, 풍속을 바로자는 것이다.

이 네 가지 목적이 명확하게 들어 있고

그다음에 여러 가지 수법과 규칙으로 다듬으면 이러한 글이야말로 세상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며 후세에 길이 전할 것이다.

 

                                                - 문학과 생활, 김정희, 완당집 '생각나는 대로 기록하다'에서 // 중에서

                                                                       우리겨레의 미학사상, 보리, 2006년

 

 

오랜 시간 동안 책을 들락날락거리며 읽은 책이다.

재미가 없어서나 책 내용이 별로여서가 아니라

내가 이 진지하며 현실적인 문제들에 집중할 만큼 사색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고전을 읽게 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내가 참 고전에 대해, 우리 것에 대해 너무 아는 것이 없다는 거다.

이 책도 역시 제일 먼저 그런 생각을 갖게 해 주었는데

중국으로부터 문물과 함께 새로운 문체나 문장들이 들어올 때

이 땅의 문인들 역시 많은 고민을 했다는 사실 역시 그러했다.

역사책을 통해 우리 나라는 중국으로부터 문물을 받아들였대, 라고 배웠기 때문에

우리가 현재 이국의 문화나 드라마, 음악, 외국어 등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였던 것처럼

그들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 역시 새로운 것들의 수용에 조심스러워했고

지금 우리가 순수 문학의 위기를 논하는 것처럼

글이, 문장이 진정성을 잃고 진실에서 멀어져가는 것을 경계하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런 문인들의 문학에 대한 생각, 문장에 대한 생각, 시속의 문장에 대한 생각에 대한 평 등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문학개론서에서보다 더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이거겠지?

문장을 너무 쉽게 쓰고 살았구나.

 

좀 긴, 고요한 시간의 언제, 다시 한 번 더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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