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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아직 오늘 중 2010. 9. 16. 12:13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정신없이 드라마에 빠져들었던 건.

너무 많이 봐서 장면이나 대사도 정확하게 기억나던 <커피 프린스 1호점>이후 처음인 것 같다.

처음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드라마였는데

그나마 긴장풀고 뒹굴거리며 잠시나마 채널을 이리저리 돌릴 수 있는 휴일,

스치듯 봤던 2회의 끝부분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보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면 케이블 채널의 위대함은 이런 게 아닐까 싶기도....

 

 

 

1. 드라마의 재미 - 금등지사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3회부터 제대로 보기 시작했지만

사실 내가 이 드라마에 제대로 꽂히게 되었던 건

바로 정조시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그에 얽힌 <금등지사> 때문이었다.

1990년대 중후반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영화화 되기도 했던

소설가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이후 다시 접한 <금등지사>라는 소재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미친 듯이 드라마에 빠지지 못했을 거다.

문화적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조선왕조사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사도세자 사건.

사도세자의 미친 병증으로 아버지인 영조의 손에 사형 아닌 사형을 당한 가장 불운의 왕족이 아닐까 싶은데

이 <금등지사>는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영조의 친서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영조가 그 글을 남겼다는 기록에 있으나 그 실체는 알려진 바가 없는 것.

이 <금등지사>의 내용은 자신의 아들을 죽인 영조의 뼈아픈 후회가 그 주된 내용일 것이라 추측이 되는데

자신들과 한 배를 타지 않는 사도세자를 왕위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노론이 끊임없이 사도세자와 영조의 사이를 이간질하였고, 그 결과 영조는 사도세자의 역모를 인정, 죽이게 된 것이었다.

이 사건은 훗날 정조과 왕위에 오르고, 정사를 돌보는 데에도 큰 걸림돌이 되었다.

일명 죄인의 자식이라는 멍에.

하지만 이 <금등지사>가 세상에 밝혀지는 날에는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인 것을 후회하며, 이는 곳 사도세자의 역모 누명을 인정한다는 것이 되므로

계속 정조의 발목을 잡는 노론의 명분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그 일을 빌미로 정조가 자신들의 목을 조를 수 있는 빌미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이 주인공들이 갈등하고 움직이는 데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을 하고 있어

내게는 아주 흥미진진하고 이 드라마에 빠져들 수 있는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2. 비밀을 알아차린 스승과 버티고자 하는 제자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남장 여자의 이야기는 이번 드라마가 처음이 아니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아름다운 그대에게>라는 대드와 일드가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만도 <커피 프린스 1호점> <바람의 화원> <미남이시네요>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4회 말미에 내 호기심을 강력하게 끌어 당겼던 것은

주인공 윤희(윤식)가 자신이 여자임을 스승인 정약용에게 들켰다는 것이다.

그건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주인공이 여자라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이 학교 양호 선생님이었던 것과 같은 패턴이었다.

특히 대드 <화양소년 소녀>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들이 바로 그 양호 선생님과 주인공이었다.

지금은 진지하게 정약용의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코믹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는 안내상이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정약용 선생은

이 비밀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그리고 이 둘 사이의 긴장 관계가 어떤 식으로 변주가 될지 기대가 되고 있다.

물론 실학자이지만 뼈속까지 사대부요, 양반인 정약용 선생은 여자인 윤희를 사부의 여식이라는 이유 하나로 봐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20회까지 방영이 되려면 윤희가 김윤식으로 성균관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

비밀을 공유하게 된 이 사세지간이 보여줄 내용들이 너무 궁금한 것이다.

대드에서처럼 코믹한 것이어도 좋고, 일드에서처럼 껄렁해보이지만 속 깊은 조언자가 되어도 좋겠지만

그와는 다른 색다른 관계가 보여질 것 같아 무척 기대가 된다.

왜? 시대가 조선 후기이고, 저 선생님은 현대의 양호선생님이 아닌 유학자 박사 정약용 선생이시기에.....

 

이 드라마, 묘하게 다른 드라마들에서 이미 사용된 소재나 스토리들이 차용되고 있다.

금등지사나 스승인 정약용이 가장 먼저 그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도 그렇고

기생 초선이와의 관계는 이미 <닷냥 커플>이라는 별칭까지 얻으면서

<바람의 화원>에서 인기를 얻었던 인물 관계이기도 하다.

새롭지 않은 소재들을 절묘하게 재구성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느낌?

맛의 조화가 잘 어우러지게 될 짬뽕 한 그릇을 기대하게 만드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3. 배우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화려한 스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믹키 유천을 들 수도 있겠지만 동방신기의 노래를 단 한 곡도 완전히 들어본 적이 없는 내게

그런 이름은 그냥 무명 배우와 같다. 사실이기도 하지만.

아이돌로서 그는 아시아의 별일지 모르겠지만 배우로서는 무명과 다를 바 없는 것 아닌가.

이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 중 내가 아는 사람은

현란한 조연들과 송중기 정도?

조연으로 나오는 아저씨들이야 뭐 워낙 연기 귀신들이니까 그렇지만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젊은 주연들의 호흡이 나빠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잘 생겼다고는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샤방했었나 싶은 송중기.

보면 볼수록 그 캐릭터에 빠져들게 만드는 걸오 역의 유아인.

 

 

그중에서도 앞으로의 변화가 궁금한 캐릭터는 송중기가 맡고 있는 구용하.

지금은 재미를 찾아 장의에게 붙어 모든 일들을 방관하고 있지만

그는 조금씩 김윤식과 이선준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다.

그중 가장 첫번째는 김윤식이 여자일 거라는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여자 이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그에게

그들의 치기스러울 수 있는 원칙과 옳음에 대한 추구가 멋져 보이고

그로 인해 생기는 일들이 자신이 알던 재미와는 다른 새로운 재미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흥미를 가지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랬을 때, 소론도 아니면서 소론 장의 패거리와 어울리던 그가 어떻게 변화할지,

그 변화가 이야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혹은 결정적 순간에 어떤 카드로 작용이 될지가 궁금하다.

또한 걸오의 역할도 그러한데

이 드라마에 비극적 요소가 있다면 그건 아마 걸오에게서가 아닐까 싶은

상당히 마음 아픈 추측을 갖게하는 캐릭터이다.

또, 그 역을 상당히 맛깔스럽게 연기하는 유아인이라는 배우가 궁금해지기도 하는.....

 

 

4. 그런데 도대체 왜?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의 대대적인 성공 이후 드라마에는 이제 심심치 않게 남장 여자의 소재가 등장한다.

수능에서 언어영역 공부를 해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지만

사실 남장여자 이야기는 현대의 창작물이 아니다.

이미 중국의 전설에서부터 등장하는 이야기이며 우리 고전소설에도 등장하는 소재였다.

당시에야 여자들의 사회적 진출 뿐 아니라 학문을 익히는 것, 책을 한 권 읽는 것도

여자, 라는 성적 차별에 지배당하던 시대였으니

사회적 진출에의 갈망과 사람답고자 하는 욕망의 분출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요즘 같은 현대에 왜, 남장 여자 이야기가 이렇게 먹혀드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비밀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성별을 속였다는 비밀이 언제 탄로날까, 하는 기본적인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으니

드라마적 요소로는 더할 나위없이 좋을 수 있겠으나

자칫 동성애 코드로 넘어갈 수도 있는 이런 소재들이 한 번의 드라마 성공 이후로도 계속 소재화 되고

또, 왜,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두는 것인지.....

남자 속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여자 주인공들이

저 혼자 다 해먹는 캔디가 되어버리기 때문인 걸까?

그렇다면 과거의 여성들은 사회적 진출에 목이 말라 소설 속에서 남장을 했다면

현대의 여성들은 사랑에 목이 말라 드라마 속 남장을 꿈꾸는 걸까?

조금은 궁금해진다.

 

 

* 위의 사진들은 케이비에스 성균관슽캔들 홈페이지에서 퍼 온 것입니다. 사진이 필요하신 분들은 이걸 가져가지 마시고, 홈페이지 포토박스를 이용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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