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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본문
드라마의 제목이 참 예쁘다.
보보경심 :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아쉬운 게 정말 많다.
전에 <밤을 걷는 선비>가 그러했듯
이준기와 강하늘의 연기가 너무 아까워 보고 있기는 하지만
점점 그 관심이 식어가는 이유가
이 둘의 연기에 대한 안타까움을 넘어서면 더는 안 볼지도 모르겠다.
1. 작가와 연출
사실, 잘 모르는 작가다.
드라마를 보다 하도 한숨이 나서 작가를 일부러 검색해 봤다. 물론 연출도...
시청률이 드라마 작가의 수명까지 좌지우지하는 방송가라는데
전작의 성적에 비해 운이 좋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청률이 작품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저조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잘 만들어진 드라마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데 정말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집필한 작가였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
연출의 경우 전작을 보니 전작에 노희경 작가의 작품을 연출한 게 많았다.
작가의 필력이 아니면 연출이 안 나오는 감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두 사람이 정말 못마땅했던 것은
도대체 인물에 대한 연구를 하기는 한걸까 싶은 의구심이 너무 많이 들었다.
고려, 광종을 남주로 잡은 것은 탁월한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어차피 "퓨전" 사극으로 가는 건데 역사에 실재했던 인물을 굳이 설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더 들기도 했다.
꽃황자들이 득시글한 황궁에 떨어진 현대 여성이 주된 모티프인 이 드라마에서 가장 힘이 있어야하는 캐릭터는
남자 주인공이 아니라 여자 주인공이다.
그 여자 주인공의 탁월한 무언가가 황자들을 매료시키고
그 설득력으로 시청자들까지 매료시켜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많이 연구하고 공을 들였어야하는 캐릭터는 누구도 아닌 "해수"였다.
"해수"의 몸 속으로 들어간 현대의 고하진은 평범한 여자이다.
화장품 가게 직원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판매사원으로서 손님의 갑질 정도는 여러번 당했을 여자이다.
더구나 역사 시간에 한번쯤은 예전은 신분계급 사회라는 것을 배웠을 것이며
해수의 몸에 들어간 이후에도 채령을 보며 몸종,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가 황녀에게 매질을 당한 후 8황자에게 내뱉는 말이
"고려는 원래 이런 나라에요? 누구의 자식이냐에 따라서 사람을 이렇게 함부러 취급하는......"
드라마를 보다가 작가가 미친 게 아닐까, 싶었다.
어떻게 저런 상식 없고, 개연성 없는 대사를 마구 날려댈 수 있는 건지 정말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작가는 해수가 된 고하진이라는 인물을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너무나 가볍게 움직이는 해수의 움직임들을 보면서 정말 대책이 없구나, 싶었다.
북방을 꽉 잡고 있는 가문에서 딸교육을 방목했을리 없다.
고하진이 해수의 몸속에 들어갔다고 하더라고
고하진의 영혼이 들어간 것이지 고하진 자체가 타임 슬립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말투는 그렇다 치더라도 몸에 밴 귀족적 기품이 있어야 한다.
귀족 출신의 해수가 한자를 읽고 쓰는 것을 아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몸으로 익힌 자세와 태도들은 무의식 중에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건 뭐 시장통에서 굴러 먹는 날나리도 아니고
아무리 현대 여성의 타임슬립이라지만 너무 어이가 없다.
자신 때문에 누명을 쓰고 매를 맞는 채령을 구할 때는
해수의 정의로움이 빛났어야 한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 날리는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채령이는 억울해요. 그러니까 내가 맞을 게요."
대사는 정말 눈물이 났다.
아, 진짜 연기하는 이지은은 나중에 얘기하고 대사를 그렇게밖에 못 쓰는 걸까 싶었다.
참 없어 보이게 쓴 대사를 정말 쓰레기로 만드는 연기에 오히려 해수가 매맞는 게 싸다, 싶었다.
좀더 기품있게, 배운 귀족집 여인답게 황녀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대사가 그렇게 안 나왔던 걸까......
안 나오는 게 아니고 해수라는 여인에 대한 작가의 이해도가 없기 때문은 아닐지.
또, 친구와 애인에게 동시에 배신 당하고 돈까지 탈탈 털린 고하진이라는 인물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고려라는 천년 전의 세상에 떨어져버린 거다.
그 상황에 너무도 쉽게 적응하고, 그래 살아야지, 하는 이 여자가
왜 현대에서는 울며불며 낮술을 마시고 팔자 타령을 했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거다.
연출은 정말......
이준기의 액션신은 멋있고
이준기며 강하늘 심지어 남주혁까지 감정 연기에 있어 이 감독 특유의 클로즈 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문제는 이지은의 클로즈 업...
얼굴의 상처를 보이고, 형제들의 반응에 상처입은 왕소가 해수의 손목을 잡고 말한다.
"내 얼굴을 봐. 똑바로 봐."
이지은의 표정 연기 클로즈 업이 들어간다. 왕소에게 제압당한, 놀란 표정이다.
"그 표정, 나를 보는 그 눈빛이 정말 싫어."
왕소의 상처받은 눈빛은 애절하기까지 하다. 그런 그가 해수의 눈빛을 견딜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넘어가는 해수의 표정 클로즈 업.
이건 무슨 블랙홀도 아니고, 앞에서 끌어온 왕소의 아프고 애절한 감정을 한 방에 날리는
그 표정은 아무것도 없다. 눈빛은 조명에 사그라든 걸까.
아무 것도 없다.
이런 여주인공을 자꾸 클로즈업 한다.
표정의 클로즈업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감독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 인물의 감정이 아닐까.
감독에게 묻고 싶다.
정말 이지은의 표정 연기에서 무언가를 보기는 본 거냐고.
진짜 본 게 맞냐고.
그래서 연기 천재 운운한 거냐고.
지금까지 화면에 조인성과 송혜교와 공효진의 절절한 연기들을 클로즈업으로 잡아내던 분이 이러시면 안 되는 게 아닐까.
이제 감독이 지능적인 이지은 안티 행위를 그만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편집본에서는 이지은의 표정 클로즈업은 최재한 빼주는 게 그녀에 대한 예의이며
자신이 내뱉은 연기 천재라는 대책없는 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 아닐까.
2. 못 생긴 이지은, 너무나 예쁜 아이유
나는 아이유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짧은 치마에 앵무새처럼 소속사에서 만들어준 노래에 안무만 따라하는 섹시를 파는 다른 아이돌들과 달리
차분하게 자기 색깔이 있는 노래를 하는 아이유라는 가수에 대해 호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 무도가요제 때 박명수 앞에 나타나 기타를 치던 아이유는 정말 예뻤다.
저래서 아이유가 인기가 많은 거구나 싶었다.
그런 그녀가 성인 뮤지션으로 거듭나고자하는 의미를 뒀던 앨범에서 문제가 생기고 안티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안다.
그녀는 아동성애 의도가 없었다고 변명했고
팬들은 그녀의 뮤직비디오에서 성애적 상징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며 등을 돌렸다.
그리고 이지은이라는 이름으로 드라마를 찍었다.
이제 뮤지션이라는 타이틀은 내려 놓는 것인지....
나는 이지은이 연기도 못하는 게 못 생기기까지 했다고 욕을 먹느니
가장 어울리는 무대에서 노래 잘 하고, 자신의 마음을 노래로 만드는 뮤지션으로서 예쁜 아이유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화요일까지 방영된 드라마 분량 이지은이 가장 예뻐보였던 부분은
생일 파티장에서 황자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었다.
역시 아이유는 노래를 불러야 예뻐보이고
자신이 가장 예뻐보이는 곳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자신이 있어야하는 곳이 아닐까, 싶다.
정말 연기가 하고 싶은 거라면 어느 정도 연기력을 갖출 때까지 음악은 놓고 연기에만 매진해주면 좋겠다.
어차피 그녀가 가진 브랜드 파워는 계속 주요한 배역을 따낼 것이고
전파로 방영되는 드라마를 통해 연기 연습을 하는, 그런 몹쓸짓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으니 말이다.
또 하나, 뮤지션의 길을 계속 가건 연기를 하건 그녀가 제발 책도 좀 많이 읽고
삶에 대해, 인간에 대해, 예술에 대해 깊이를 가졌으면 좋겠다.
자신의 세계를 확실하게 갖춘 뮤지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그녀는 십대의 색다른 아이돌이라는 고치에서 성장이라는 고통기를 지나야한다.
그 고통기가 두려워 연기로 도피하는 거라면
그녀는 그저 그런 뮤지션, 그저 그런 연기자로만 남지 않겠는가.
그리고 노래를 한다는 사람이
말의 속도와 강약, 침묵과 발성 사이의 맛을 정말 못 느끼는 걸까 싶다.
드라마 속에서 해수를 연기하며 그 대사를 어떤 속도로, 어디에서 쉬며 내뱉고, 강약의 조절을 어찌 할지에 대한 고민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매맞는 채령을 막아서는 장면에서도 그 대사를 한 번에 날려버리지 말고 차분한 어조로
"뭐라 설명하기는 복잡한 상황이지만, 이 아이는 억울해요. (잠시 쉬었다, 한번 더 눈빛을 다잡고 단호한 목소리로) 차라리 나를 때려요"
라고 대사를 쳤다면 그 장면이 뒷골목 일진들의 싸움처럼 격없이 느껴지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가수로서의 리듬감이나 박자감을 대사에도 적용하려고 애쓴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팬들 역시도 그녀에게 좀 냉정한 잣대를 가져주면 좋겠다.
이지은의 연기력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는 댓글마다 그녀 팬들이 남기는 안티 운운하는 표현들은 정말 ......
물론 6회를 지나면서 이지은의 연기는 적응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의 연기에 기준을 맞추면
다른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장면들이 오버 같은, 이상한 상황이 생긴다.
이 차이를 모른다면
그들은 정말 이지은을 엄청 사랑해서,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지은을 감상하는 것이리란 생각이 들 뿐이다.
3. 이준기.....
연기가 아까워서 봐주는 드라마는 이게 끝이면 좋겠다.
내가 당신 팬도 아니고
뭔 팔자에 없는 이준기 팬 같은 짓거리를 하는 건지.....
담에 작품 고를 때는 여주 정해진 작품 중에서 고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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