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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Balkans 당신에게 들려주고픈 발칸 이야기①크로아티아 본문
http://media.daum.net/v/20130321112241097
글·사진 김기남 기자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두브로브니크의 구시가 전경. 그곳에 가면 한쪽은 아드리아해, 한쪽은 붉은 지붕이 펼쳐진 구시가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 위를 꼭 걸어야 한다
●Croatia 크로아티아
Dubrovnik 두브로브니크
언젠가 다시 가보고픈 그곳
기대가 크면 자칫 실망도 크다. 사람살이는 물론 여행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는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대표적인 경우다. 피라미드 자체에 매력이 없었다기보다는 너무나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두브로브니크는 확실히 기대 이상이고 명불허전이다. 피리미드보다 기대가 작았기 때문일지 모르지만 '진정한 낙원'이라고 말한 버나드 쇼의 극찬에 동감하게 되고 '아드리아해의 진주'라는 애칭도 전혀 아깝지가 않다. 모든 여행일정에는 하이라이트가 있기 마련인데 적어도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몬테네그로만을 두고 논한다면 두브로부니크에 기꺼이 한 표를 던지겠다.
슬라브어로 '도토리'라는 뜻의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의 남쪽 끝자락 달마티아 해안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두브로브니크를 여행하면 보통 3번의 잊지 못할 순간을 만날 수 있다. 우선,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여정 자체가 환상이다. 흔히, 아드리아해를 접하고 있는 해안 지역 중 크로아티아 남서부 지방을 달마티아Dalmatia라고 하는데 두브로브니크를 중심으로 하는 달마티아의 해안 드라이브는 그중에서도 단연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깊고 푸른 아드리아해에 떠 있는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의 붉은 지붕은 잘 만든 영화의 멋진 도입부처럼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몬테네그로의 코토르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는 차로 2시간 가량 걸리는데 코토르에서 올라갈 때는 차량의 왼편, 스플리트 등에서 내려올 때는 오른편 좌석을 추천한다.
두브로브니크의 올드타운에 입성해서도 즐거움은 계속된다. 7세기부터 건립되기 시작해 14세기에 지금의 윤곽을 갖췄다는 두브로브니크의 성곽은 여전히 견고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주 출입구인 파일 게이트Pile Gate는 마치 과거로의 여행을 안내하는 타임머신처럼 여행객을 맞이한다. 파일 게이트를 통과해 성 안으로 들어가면 올드타운의 중심 거리인 플라차Placa 대로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해로였다가 12세기경 매립을 통해 지금의 육로가 된 플라차 대로에는 고색 창연한 건물들이 200m 이상 늘어서 있어 과거의 영화로움을 짐작케 한다. 해상 무역의 중심지였던 두브로브니크는 전성기 시절 700만개의 골드바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부유한 도시였다. 당시 골드바 1개는 소 한 마리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플라차 대로의 시작은 마주보고 있는 프란치스카Francisca 성당과 오노프리오Onofrio 분수다. 프란치스카 성당 옆의 수도원에는 1317년 만들어진 유럽에서 3번째로 오래된 약국이 있는데 당시 수도사들이 처방했던 약을 담았던 이탈리아제 도자기와 고서 등이 전시돼 있다. 프란치스카 성당의 벽에는 1991년 전쟁 때 세르비아 군이 발사한 총알 자국이 여전히 남아 있다. 오노프리오 분수는 공동 수도의 성격이 컸는데 지금도 쉼터이자 만남의 장소 같은 역할을 한다.
이제는 노천 카페와 식당, 기념품점 등의 차지가 된 플라차 대로의 끝까지 가면 루자광장Luza Square을 중심으로 35m 높이의 시계탑과 렉터 궁전 등 두브로브니크의 주요 볼거리가 몰려 있다. 중세 두브로브니크의 귀족들은 렉터라는 이름의 국가원수직을 번갈아 맡았는데 이 궁전은 렉터의 집무실과 거처였다. 렉터는 50세가 되면 귀족회의에서 선출을 하는 2년 임기의 통치자로 귀족들도 서로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조치의 의미가 컸으며 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선출하기도 했다. 광장의 시계탑은 15세기에 지어졌으나 20세기 들어 붕괴 위험이 있어 다시 만든 것으로 시계 밑 해와 달의 모양이 자동으로 바뀐다.
↑ 구시가의 중심을 가르는 플라차 대로. 200m 가량의 거리 양 옆으로 노천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점들이 늘어서 있다. 닳고 닳은 대리석 바닥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5월 이후 성수기에 접어들면 노천카페는 관광객으로 가득 찬다
↑ 성벽투어를 하며 구시가의 명물인 붉은 지붕과 아드리아해가 만들어내는 장관을 만나고 나면 두브로브니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 성프란체스카 성당의 내부. 성당과 수도원이 붙어있으며 수도원 내부도 아름다운 벽화 등으로 장식돼 있다
↑ 플라차 대로 양 옆으로는 크고 작은 골목들이 수없이 가지를 치고 있는데 골목으로 작은 테이블을 내놓은 식당과 카페 등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 렉터 궁전을 마주한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오전마다 빵이나 오일, 과일 등을 판매하는 작은 규모의 시장이 선다
두브로브니크의 성벽을 걷다
구시가를 어느 정도 돌아봤다면 이제 시야를 넓혀 보자. 두브로브니크에 간다면 성벽투어를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한다. 아드리아해의 푸른 바다와 붉은 기와 지붕이 빚어내는 하모니는 다른 곳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두브로브니크만의 감동이다. 이곳 물가로는 만만치 않은 70쿠나(약 10유로)의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은 필수 코스다. 외부인의 침략을 막기 위해 세워진 성벽이 이제 세계의 여행객을 불러 모으는 아이콘이 된 셈이다.
그저 아름다운 풍경만이 전부가 아니다. 성벽을 걷다 보면 중세와 공존하며 살아 숨쉬는 도시의 냄새를 더욱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이제 막 창문 밖으로 내건 젖은 빨래가 손에 잡힐 듯하고 초로의 노인은 볕 좋은 테라스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성벽투어는 잠시나마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의 일상을 한 발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해안을 따라 세워진 성벽길은 가파르거나 힘들지 않으며 성벽 위에는 파라솔을 펼쳐놓고 음료수를 파는 매점도 있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구시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두브로브니크는 그 자체가 살아있는 건축 박물관이기도 하다. 언뜻 보면 그냥 오래된 건물들의 연속 같지만 1667년 일어난 대지진에 도시의 건물 상당수가 무너지고 재건축을 하는 과정에서 거리는 로마네스크와 고딕, 베니스 바로크 등 시대별 건축 스타일이 혼재된 독특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돔 모양의 지붕이 인상적인 두브로브니크 대성당만 해도 971년 지어져 14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새롭게 재건된 후 화재로 없어지고 다시 베니스 바로크 스타일의 성당으로 거듭난 경우다. 성벽투어를 하면 두브로브니크의 골목골목과 속살을 새로운 각도에서 만날 수 있다.
↑ 성벽에서 내려다본 플라차 대로의 모습. 멀리 시계탑과 그 너머 아드리아해가 보인다
↑ 성벽투어를 하면 이제 막 창문 밖으로 내건 빨래와 농구하는 아이들 등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다
↑ 성벽이라고는 하지만 길이 넓어서 일부 해안가에는 파라솔 아래에서 맥주 한 잔 마실 수 있는 간이 매점도 운영된다
↑ 플라차 대로의 시작인 오노프리오 분수
Plitvice 플리트비체
크로아티아에서 만난 동화나라
197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플리트비체 호수Plitvice Lakes는 두브로브니크와 함께 가장 많은 관광객을 모으는 크로아티아의 명소다.
크로아티아어로 '얕은 호수'란 뜻의 플리트비체에는 16개 청록색 호수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가장 깊은 호수는 수심이 25m에 이른다. 지금까지가 발로 걸으면 귀로 듣는 여행이라면 플리트비체는 발로 걷고 눈으로 보는 여행이다. 트레킹 하듯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카르스트 지형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 툭툭 펼쳐진다.
크로아티아에 있는 8개의 국립공원 중 규모나 풍광 면에서 단연 으뜸인 플리트비체는 미네랄 성분을 많이 함유한 물이 오랜 시간 석회암 바위를 깎고 구멍을 내고 때로는 쌓인 침전물이 댐을 만들며 지금의 멋진 모습을 만들어 냈다. 플리트비체를 감상하는 법은 간단하다. 공원 안에 들어서면 중앙에 있는 코즈야크 호수를 건널 때 타는 배를 빼고는 걸어서 관광을 해야 한다. 관광객들은 호수에서 나오는 송어로 점심을 즐기고 난이도와 소요 시간 등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트레킹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코스는 1시간부터 4시간 이상까지 다양하다.
물이 주가 되는 여행이다 보니 날씨도 중요하다. 16개 호수는 그날그날의 날씨와 해가 비치는 정도에 따라 몇 번씩 그 빛깔과 분위기를 달리한다. 전체적인 느낌과 분위기는 중국의 구채구와도 비슷하다. 공원에는 호수와 폭포 외에도 우거진 숲이 잘 보전돼 있다.
Split 스플리트
현대와 고대 로마의 행복한 조화
인구 20만명의 도시 스플리트Split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Zagreb에 이어 2번째로 큰 도시이자 해상 교통의 요지다. 공항은 물론 항만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두브로브니크와도 멀지 않다. 때문에 크로아티아의 양대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두브로브니크나 플리트비체를 여행하는 이들은 대부분 이곳을 거쳐 다음 행선지로 길을 떠난다. 최근 새로 생긴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두브로브니크까지 3시간에 연결되나 관광객들은 대부분 4시간 가량 소요되는 해안도로를 달리기 마련이다.
스플리트 역시 구시가와 신시가로 나뉘는데 구시가에서는 해안가의 아바라Obala 산책로가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대리석이 눈부신 해안가 산책로와 야자수, 노천카페는 여유로운 휴양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스플리트가 유명한 이유는 단지 화창한 날씨와 노천카페 때문만은 아니다. 스플리트의 현대적인 모습 한 편에는 고대 로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로마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정계에서 은퇴한 후 말년을 보낸 궁전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현존하는 로마유적 중 가장 훌륭한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디오클레티아누스의 황궁은 지금도 스플리트 사람들의 생활 곳곳에 녹아 있다. 스플리트의 유명한 노천카페촌도 로마시대부터 이어진 궁전의 성벽을 등지고 이어지며 궁 안에는 각종 기념품 상점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스플리트에서 역사는 간직하고 바라만 봐야 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닌 현실 세계에 내려와 있다.
궁전의 북문을 나서면 10세기 크로아티아의 주교 그레고리우스 닌의 동상이 있는데 동상의 왼발 엄지발가락을 만지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 탓에 그의 엄지발가락은 잠시도 사람들의 손이 떠날 날이 없다.
↑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내부
↑ 지금 운영되는 노천카페도 황궁의 벽을 이용해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 그레고리우스 닌의 동상과 왼발 엄지 발가락.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다
↑ 기념품과 가게 등이 운영되고 있는 궁전 내부 풍경
↑ 스플리트에 궁전을 세우고 정계 은퇴 후 말년을 보낸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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