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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커피만큼 달콤하지 않은 - <레오폴트 미술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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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커피만큼 달콤하지 않은 - <레오폴트 미술관>

아직 오늘 중 2013. 3. 28. 11:27

지도상에서는 슈테판 성당 뒤쪽 가까이에 보였던 레오폴트 미술관.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멀다고 메트로를 타라고 한다.

 

친절한 설명 덕에 레오폴트 미술관이 있는 곳에는 잘 내렸다.

늘상 문제는 잘 내린 그 다음.....

바로 등 뒤에 있는 미술관을 못 찾고, 사람들에게 묻다가

등 뒤에 있던 밋밋한 건물이 미술관이었음을 깨닫고 다시 돌아와

이제는 입구를 찾지 못해 지나쳐서

다시 되돌아와 입구를 찾았다.

 

여러 개의 미술관과 전시관들이 하나로 묶인,

과거 우리 전통 양반 가옥과 같은 구조를 가진 미술관 중 하나가 바로 레오폴트 미술관.

 

 

 

이곳은 사진 촬영이 가능해서 쉴레의 그림들을 카메라에 담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왜 매표원이 나보고 어디서 왔냐고 묻는 거였을까...

매표원이 그런 걸 물어볼리 없다는 생각에 나는 영어가 능통한 동행인을 급하게 불렀는데

알고보니 내가 알아들은 말이 맞았던 것.....

너 어느 나라에서 왔니?

ㅠㅠ

 

 

 

 

 

쉴레의 자화상...

 

자그마한 체구에 뭔가 퇴폐적인 느낌이 나는 듯한 눈빛.

하지만 앞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전신 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 안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든 것들이

그의 그림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 고 나는 느꼈다.

 

이 그림의 왼쪽 아래에 클림트의 <키스>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그냥 보기에도 두 그림은 구도가 똑같은 그림이었다.

쉴레와 클림트의 교류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클림트의 <키스>가 첫키스의 설레고 아름다운 사랑의 느낌을 그려내고 있다면

쉴레의 <키스>는 당혹스러움과 까칠함이 느껴진다.

"이제 그만 보고 저리로 좀 갈래? 우리 여기서 좀 더 진해져볼까 하는데......꺼져 주삼~~"

 

 

 

어떤 포장이나 장식이 없이 있는 그대로의 본질을 추구했다던 쉴레.

그 본질의 의미를 사랑과 육체 안에서 찾았고, 그랬기에 성도착증을 의심 받아 여러번 경찰당국의 조사도 받았다던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먼저 보내고, 29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화가 쉴레.

 

그래서였을까.

그의 그림에는 강인한 힘과 절실함, 그리고 듣고 싶지 않지만 외면할 수는 없는 진실한 목소리가 느껴졌다.

 

쉴레의 <연인>

쉴레의 그림이 마음에 들어오면서

슬그머니 멀어진 클림트의 밝음...

그래도 그의 그림도 좋았다.

 

 

아침부터 목이 말랐는데

오후 열두시가 넘어가도록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었다.

이 미술관의 카페가 오늘은 문을 닫는 날.

생각해보니 그 전날도 내가 마신 물이라고는 아침의 커피, 점심의 커피, 저녁의 녹차, 밤의 라면 국물......

맑고 투명한 물이 마시고 싶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체력은 고갈의 기미를 보이고

마법의 날이 다가오는 최악의 상황........

레몬즙을 짜내듯 체력을 쥐어짜내는 최악의 오후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