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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를린>

아직 오늘 중 2013. 2. 11. 21:07

비빔밥.

보기에도 좋고,

온갖 고물의 양도 적당하고,

밥의 되기나 양, 온도도 적당하여

그 고물들이 살짝 잘 버무려져 맛 좋은 비빔밥.

 

영화 <베를린>을 보고나서 든 생각이다.

 

 

 

우선 영화는 첩보 영화의 틀을 갖춘 듯 하다.

거기에 남북 문제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듯 하지만 아직도 민감한 사안을 넣어서

인간과 체제라는 부분을 잘 버무려

맛깔스러운 액션으로 완성했다.

- 이건 뭐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내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말이다.

 

실적을 올려 좀 더 좋은 나라로의 보직을 원하는 남한 측 정보원들,

'북한 빨갱이 새끼들'이라는 말 자체가 지겨워진 남한 측 대사관 사람들

지도자의 교체로 서로 불안하게 되었지만

그 틈에도 '조국과 인민'이라는, 이제는 구태한 신념을 안고 사는 북한 측 대사관 사람들과

자기의 안위와 영달, 권력의 존속을 위해 체제의 물을 타며 희생양을 찾는 평양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신들의 이익과 신념을 쫓는

CIA요원과 아랍 비밀조직과 이스라엘 비밀 조직

그리고 체제 안에서 억압(?)받는 개인의 고뇌와

믿음, 사랑이 참기름처럼 뿌려져 있었다.

 

 

체제와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갈리지만

그래도 세태에 물들지 않았다는 측면에선 같은 편일 수도 있을 두 사람과

 

 

 

너무나 예뻐서 스크린에서 존재감은 뛰어나지만

이 영화에서 연정희라는 여인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생각할 때

사실은 좀 미미한 배역일 수도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어찌보면 이 영화가 정치적인 요소로 보이지 않을 수 있는 장치이며

동시에 다음 연작 시리즈 제작을 염두에 둔듯한 엔딩을 생각할 때

그 개연성을 마련해주는 것이 바로 '연정희'가 아닐까.

 

 

 

양아치면 양아치, 덜 떨어진 순수남이면 순수남, 악인이면 악인

모든 인물들을 다 그려낼 수 있는 류승범의 이번 연기도 무척이나 좋았다.

멋지다는.....

 

 

 

 

액션 영화이니만큼 액션이 밥이겠지만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만큼 멋지게 펼쳐지는 이국적인 배경들도

시원시원한 액션과 더불어 하나의 볼거리인 듯.....

 

배우들의 연기마저 좋았고,

이쪽이나 저쪽이나 똑같이 자기 밥그릇 싸움의 본질은 같은 것이기에

남의 상황이나 북의 상황이나 별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부분들이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 거였겠지.

하지만 한 가지 씁쓸한 것은

정말 국가와 인민이라는 공익을 위해 자신의 사적인 모든 것을 내던진 순수한 애국심의 주인공이

북한의 중좌 표동성이라는 것.

왜냐구?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는 이제 그런 인물들이 없어서

북한 인물로 설정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기 때문에.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쪽이 더 인정을 끌어당기기에 수월할 수도 있을 듯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