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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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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아직 오늘 중 2012. 1. 18. 11:32

우리 할머니는 아주 재미있는 이론을 가지고 계셨어요.

우리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당길 수 없다고 하셨죠.

방금 한 실험에서처럼 산소와 촛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은 펑 하고 성냥불을 일으켜줄 수 있는 음식이나 음악, 애무, 언어, 소리가 되겠지요.

잠시 동안 우리는 그 강렬한 느낌에 현혹됩니다.

우리 몸 안에서는 따뜻한 열기가 피어오르지요.

이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사라지지만 나중에 다시 그 불길을 되살릴 수 있는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합니다.

그 불꽃이 일면서 생기는 연소 작용이 영혼을 살찌우지요.

다시 말해 불꽃은 영혼의 양식인 것입니다.

자신의 불씨를 지펴줄 뭔가를 제때 찾아내지 못하면 성냥갑이 축축해져서 한 개비의 불도 지필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영혼은 육체에서 달아나 자신을 살찌워 줄 양식을 찾아 홀로 칠흑같이 어두운 곳을 헤매게 됩니다.

남겨 두고 온 차갑고 힘없는 육체만이 그 양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말입니다.

 

 

 

 

 

그래서 차가운 입김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는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장 강렬한 불길이 꺼질 수 있으니까요.

그 결과는 우리도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그런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 입김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가 훨씬 더 수월하답니다.

 

 

 

축축해진 성냥갑을 말릴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많이 있어요.

그러니 안심하세요.

 

- 소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6월 중에서, 라우라 에스키벨, 민음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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