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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프로그램 <슈퍼밴드2> 본문
원래 밴드 음악을 좋아한다.
클래식도 성악보다는 기악, 독주보다는 합주, 합주보다는 교향곡이 좋다.
KBS에서 했던 십 여년 전의 탑밴드는 보지 못했고, 2년 전의 슈퍼밴드도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슈퍼밴드2 본방 보겠다고 회원가입을 했다. 중앙일보 생각하면 진짜 ㅂㄷㅂㄷ인 나인데....
포코아포코의 기타선율도 너무 좋고
카디의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무대도 정말 좋다.
사실 밴드, 하면 록 그룹이 떠오르고
록이라면 실험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에 적합한 밴드는 카디일 것 같다.
하지만 실상 내가 즐겨듣는 음악은 서정적인 요소가 강한데
노랫말이 좋은 밴드거나 아니면 멜로디나 연주에 서정적인 부분이 있는 밴드가 좋다.
실험적인 음악은 한 번 듣기에는 좋은데 편하게 즐기기에는 불편한,
생각날 때 한번씩 듣는 노래로 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슈퍼밴드 최종 6팀 중 시네마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르는데
그래도 포코아포코보다 그쪽을 좀더 응원하게 된 건 드러머 김슬옹 때문인 것 같다.

한번의 우승 이후 십 년 이라는 시간 동안 음악생활을 하는 동안 부침이 많았던 것만 같은
-외부적인 요인도 있었던 것 같고, 자기자신에 대한 믿음도 얕아졌을 것만 같은
부분들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이 응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뭐랄까.......
너무 일찍 합이 맞춰져버린 이 팀의 성장이 멈춘 것만 같아,
여기저기 눈치를 보느라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노래를 하는 것 같아 좀 안타까웠다.
음악적인 자기 세계가 정체성이고, 그 정체성이 있어야 밴드 음악활동이 지속될텐데
우승이라는 목표만 바라보며 너무 좌고우면하면서 자기들만의 색을 깎아 먹는 것 같다.
특히 노래 마지막의 반복은 사족이 아니었을까 싶다.
반주의 잦아듦과 함께 노래가 끝났다면 그 여운이 더 강했을 것 같다.
그 반복이 오히려 정리된 노래를 흐트러뜨린 느낌이 들어 정말 아쉬웠다.
황린의 꺾이지 않는 도전정신이 이 팀에도 필요한 것 같다.
이미 팬덤은 형성이 되었으니
자신들의 연주나 노래, 음악에 대한 도전적인 시도를 배짱있게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게 아닐까 싶은데
오히려 심사위원의 입맛에 맞추면서 팬덤까지 신경쓰다보니
벌써 새로움은 없어지고 패턴화된 연주와 노래만 나오는 것 같다.
이제 팀을 결성해서 합이 맞춰져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점수를 딸 수 있는 팀도 아니고
연주에 있어서는 이미 2라운드 때 'Get Lucky'로 입증된 베이스와 드럼이니까 기탁과 임윤성의 실력 상승 이외에는 어필할 게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실 연주보다 보컬에 초점이 맞춰진 멤버아닌가.
그렇다면 이들이 심사위원들에게 점수를 확보하는 길은
새로운 편곡, 새로운 도전, 앞에서 보여줬던 음악에서 더 심화되거나 확장된 무대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기위해서는 이거저거 다 버리고
이게 난데? 뭐 어쩌라고.
하는 정신이 필요할 것 같다.
이미 얻은 걸 잃을까 전전긍긍하지 말고, 처음 뭉쳤을 때 그 패기와 도전을 그대로 이어가보면 어떨까.
- 그런데 음원 풀리고 다운 받아서 듣다보니, 들으면 들을수록 노래가 좋다.
경연용이 아니고, 나중에 앨범내면 6번이나 7번에 들어가면 딱 맞았을 것 같아.
그래도 어제 1차 결선에서는 강한 음악들이 많아서
포코아포코나 시네마의 노래가 없었다면 귀가 너무 지쳐서 중간에 방송을 껐을 것 같다.
호피폴라의 서정적인 음악도 좋고, 루시의 재기발랄한 음악도 좋다.
-방송은 못 봤지만 경연 이후 내는 앨범들은 잘 듣고 있다.
시네마 역시 마지막 남은 무대에서는 자기만의 색깔로,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음악으로,
눈치보지 말고 패기있게 지르면서
자신들이 가장 돋보였던 무대를 뛰어넘는, 자기들의 새로운 레전드 무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카디가 어떤 새로운 음악을 들고 나올지도 궁금하고

포코아포코의 자작곡을 듣게 될지 기대도 된다.

다음 주 마지막 방송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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