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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본문
정말 기대가 컸다.
한편에는 '예고 영상에서 보여준 게 전부일 거다'라는 의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2시간 짜리 영화도 아니고
6부작, 6시간 넘는 분량의 드라마인데 그거 보다는 더 있겠지 싶었다.
그런데.....
정말 홍보용 영상으로 뿌려진 그거, 그거 밖에 없었다.
다 보고 나니 허무했다.
작가가 책을 더 팔고 싶었나, 싶었다.
어딘가에서 다른 사람에게 각색을 맡기면
투자자들이나 뭐 다른 제작자들에 의해 치마 입고 달리는 섹시한 여전사 이미지로 안은영이 바뀔까 봐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던데
안은영만 지키고 싶고, 서사는 아무래도 관계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야 책이 더 팔리고
그래야 시즌2가 제작될 수 있다고 계산한 걸까.
표현의 방식이 다를 뿐, 서사의 완성구도는 극과 소설이 같다.
난 소설 원작을 읽지 않았지만 - 읽었다면 영화를 보지 않았을 거다 - 이보다는 완성도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드라마 시작에 안은영은 독백한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세상 사람들을 구원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미 그 운명을 받아들인 모양새의 독백인데
아니다. 그 능력을 없앨 수 없으니 그냥 그렇게 사는 사람 같다.
거기에 사회적 이슈들은 넣고 싶었던지 난데 없는 동성애 문제에, 노동자 문제까지 버무려져서
이야기는 쓸데없이 이리 튀었다 저리 튀었다 한다.
그 에피소드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묶어줄 단서들에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그냥 그 학교가 그 터에 지어진 비밀 정도.
그 터를 노리는 단체에 대한 이야기나 일광 소독 회사의 정체, 그들이 정말 노리는 것은 무엇인지
맥켄지는 뭐 하는 사람인지 이런 이야기는 던져져 있을 뿐
전개된 것도, 마무리 된 것도 없다.
그것들을 알고 싶으면 책을 읽어야할 것 같은데
드라마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커서일까.
욕망이 젤리가 된다,는 설정 이외에 소설 역시 다른 별다른 건 없을 것 같다.
노동 문제나 동성애 문제를 다룬 인문 서적이나 다른 책들도 많으니까.
책광고를 위한 6부작 드라마로 밖엔 안 보이는......
CG가 아까웠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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