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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워터멜론 슈가에서> 본문
내가 누구인지 당신은 좀 궁금해 하겠지만, 나는 정해진 이름을 갖고 있지 않은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다. 내 이름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그냥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불러달라.
당신이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어떤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면, 예를 들어 누군가 당신에게 어떤 질문을 했는데 당신은 그 대답을 알지 못했다.
그것이 내 이름이다.
어쩌면 아주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내 이름이다.
아니면 어떤 이들이 당신에게 뭔가를 해달라고 했다. 당신은 그렇게 했다. 그러자 그들은 당신이 한 것이 틀렸다고 말했다. '잘못해서 미안합니다.'하고서, 당신은 다시 다른 뭔가를 해야했다.
그것이 내 이름이다.
- 리처드 브라우티건, <워터멜론 슈가에서>중에서, 비채, 2010년-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곳, 아이디아뜨.
그곳과는 달리 음침하고 어두운 곳, 잊혀진 작품들.
아이디아뜨에서 사는 사람들과 잊혀진 작품들에서 사는 사람들.
그 갈등의 끝에 있던 잊혀진 작품들에서 사는 사람들의 자학적 자살.
내 독서능력의 편협성을 생각하게 했던 소설.
이 안의 은유와 상징들을 풀기 위해서는 단순한 상상력과 문명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적당히 균형을 이루어야할 듯 하다.
가장 이상적인 공간처럼 그려지지만
무언가가 결핍되어 보이는 아이디아뜨.
그건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생각(이성)일 수도 있을 듯.
사람을 죽이고 잡아먹는 호랑이들을 죽이고 인위적인 송어부화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인위적인 이곳은
이상적 공간처럼 그려지지만 이상적 공간이 아니다.
술을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 숨어있는 잊혀진 작품들에 살고 있는 인보일 일당.
그들은 아이디아뜨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며 자신들의 귀와 코를 차례차례 잘라내며 결국 죽음으로 간다.
그리고 잊혀진 작품들 안에 들어가 아름다운 것들을 채취해 오던 마가렛은 사랑을 잃고 자살을 하고 만다.
잊혀진 작품들에도, 아이디아뜨에도
'나'가 안주할 만한 이상적 공간은 없다.
결국 마가렛의 장례후 파티가 열리지만 폴린과 멋진 춤을 아무리 많이 추어도
<나>는 그 밤도 편안한 잠을 잘 수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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