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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친절한 쿡기자] 조민기가 남긴 불필요한 유산 본문
마지막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배우 고(故) 조민기의 마지막 선택이 남긴 후폭풍입니다. 빈소에 찾아오는 동료는 적었고, 그 흔한 SNS 추모글도 거의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여느 연예인의 죽음과는 다른 풍경입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그가 지은 죄와 추모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부교수로 재직하며 다수의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던 배우 고(故) 조민기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9일 오후였습니다. 경찰 조사를 3일 앞두고 서울 구의동 자택 오피스텔의 지하 주차장 옆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죠. 성폭력 가해자가 사망하면서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생각지 못한 이른 죽음이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선택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그가 느낀 고통의 시간에 비해 피해자가 그에게 받아온 고통의 시간은 훨씬 길었으니까요. 자신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깨닫거나, 경찰 조사를 받거나, 법적 판단을 통해 죗값을 받기도 전에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그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가 해결할 것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까요. 대중은 죽음으로 답한 그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분노할 대상마저 사라진 성폭력 피해자들과 참담한 심경의 유가족들에 위로를 보냈죠.
동료 배우들의 추모도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과거 조민기와 MBC 드라마 '황금 무지개'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정일우는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Pray for you”(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라는 짧은 애도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과 그에 반박하는 댓글이 이어지자 결국 글을 삭제했습니다. 같은 날 유아인은 자신의 SNS에 마녀사냥을 떠올리게 하는 화형 영상을 올려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조민기의 죽음이 대중의 마녀사냥 때문이라는 메시지로 느껴지기 때문에 반발을 불렀죠. 현재 해당 게시글은 댓글을 달지 못하게 막혀있습니다.
조민기의 발인이 엄수된 12일에는 정반대의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배우 조성규는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어제 오늘 조민기 빈소에 다녀왔다”며 “하지만 그가 28년간 쌓아온 연기자 인생의 그 인연은 어느 자리에도 없었다. 뭐가 그리 두려운가? 조민기의 죄는 죄이고 그와의 인연은 인연인데, 아니, 경조사 때마다 카메라만 쫓던 그 많은 연기자는 다 어디로 갔는가? 연예계의 분 바른 모습을 보는 듯했다”라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쓸쓸한 빈소 풍경에 동료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 것이죠. 하지만 성폭력을 저지른 연예인을 공개적으로 추모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동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이젠 알 수 없고, 앞날을 살아가야 할 유가족들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그를 향해 거친 비난을 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분명한 건 죽음이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지 않았다는 겁니다. 지금의 논란들 또한 조민기의 선택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만약 조민기가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제대로 절차를 밟았다면, 지금의 불필요한 논란들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남은 동료들이 추모할 자유를 박탈한 것 또한 마지막까지 배려를 잊은 그의 책임입니다. 갑작스런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대중들이 누군가의 작은 말 한마디에도 관심을 갖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저지른 죄와 그에 맞는 합당한 죗값을 정당하게 치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정말 불필요한 유산인 걸까......
미투와 관련된 기사들을 보면 기자들에게는 조민기의 죽음이 불필요한 유산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미투와 관련된 기사들이 점점 피곤해지는 이유에는 기사 내용이 크나큰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얼마나 더러운 추행을 당하고 얼마나 추잡한 폭행을 당했는가를 상세하게 나열한 기사들과 가장 자극적인 저급한 제목들.
미투를 진영논리라 매도하지 말라는 기사 속에서도
미투운동 관련 여성인권운동가들에게 하는 인터뷰 질문을 보면 이미 미투는 진행하는 사람들 사이에 진영이 구축된 것 아닐까, 드는 의구심.
친구들까지 찾아가서 주고받은 문자메세지들까지 폭로해가는 그 기사내용들을 보면
기자들은 무슨 생각으로 미투 취재를 하는 걸까 싶다.
그냥 유명인 한 사람이 나오면 팩트체크랍시고 저열하고 비루한 피해 내용만 구체적으로 다루는,
그래서 미투를 외친 사람마저 부끄러울 내용의 기사들을 쓰는 기자들도 많다.
그들은 조민기의 악행을 방패삼을 게 아니라 자신들의 보도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죽음이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지는 않았다."
죽음 앞에서 긍정적 상황 운운하는 기자 자신이 공정한 심판자인 듯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죽음이라는 선택이 온전한 죄갚음이 될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죽음을 선택하면서 긍정적 상황을 누가 생각하겠는가.
조민기가 미투의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친 보도 열기와 기본도 하지 못하는 언론질이 조금은 가해의 책임의식을 느꼈으면 좋겠다.
성폭력으로 경찰서에 가면 조사과정에서 어디를, 어떻게 만졌는지 꼬치꼬치 묻는다는 행태에
개새끼들, 이라고 욕을 했었다.
지금은 미투 피해자 관련 기사를 읽으면서 그 욕을 많이 한다.
아, 개새끼, 기사 내용 봐라.
그런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조민기의 유산은 꼭 교훈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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