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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낙안읍성> 본문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순천역에 내린 것은 1시 40분 경이었다.
저녁에는 순천만 생태공원에서 낙조를 볼 계획이었으므로
시간상 적당한 낙안읍성에 가기로 했다.
순천역 바로 앞에서 2시 10분경 68번 버스를 탔다.
관광안내소에서는 20여분이 걸린다고 하였지만
실상 걸린 시간은 30여분 정도......
병풍처럼 우뚝 선 능선들의 품에 안긴 듯
낙안읍성은 낮은 지붕들을 얹은 채 자리하고 있었다.
우선 주린 배를 읍성 내의 식당에서 콩나물밥으로 채우고
슬슬 걷기 시작했다.
성곽에서 내려다본 마을의 모습.... 초코송이같은.....
소담한 그 정경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나는 개인적으로 저런 마네킹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하지만 그 어떤 안내판보다 저 곳이 사또님 계신 곳이라는 표식이 확실하다는....
성곽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자 나타난 빼꼼 풍경.....
평일이기도 했고, 한낮이기도 해서 사실 마을은 무척 한적했다.
더구나 눈도 녹고, 새싹이나 꽃들은 아직이라
사진을 찍기에는 그다지 좋은 시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 내가 찍고 싶었던 것은
저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내내 나를 감싸던 저 마을의 고요, 그리고 평화로움이었다.
마을에는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 안에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마을분들이라고 했다.
생활의 흔적이 곳곳에 보여 그 곳의 닭우는 소리와 바람소리, 개짖는 소리가 더 듣기 좋았다.
성곽을 따라 길위로 올라오는 덩쿨 너머로
누군가의 텃밭에도 아직이라 생각했던 봄이 살포시 내려앉아 있었다.
마을의 고요함과 한발 움직인 봄을 느끼며 걷는 길은 서두를 일이 없어 좋았다.
지난 가을 감 떨어진 자리가 꽃잎처럼 남아있던 나무들을 지나고
배내밀고 태평스레 일광욕을 즐기는 옹기들을 지나고
나를 스쳐간 바람을 다시 만나며 걷는 낙안읍성은 고요했다.
그 고요를 버티고 섰듯 마을 곳곳에서 만나는 나이 많은 나무들도 아름다웠다.
제법 쌀쌀한 바람 속에서 그 마을은,
그 나무들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 오랜 시간을 나는, 우리는 견뎌왔다.
사람들이 살고, 죽고, 웃고, 울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며 증오하는 세월들을
우리는 지켜보며 견뎌왔다.
너는 지금 무엇을 견디며 살고 있느냐
오래된 것들은 덤덤하게 내게 물었다.
지금 너는 무엇을 견디며 살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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