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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닥치고 정치> 본문
......
그런 우를 유일하게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자존심이라고.
그게 없으면 그냥 동물이야.
그리고 기질적 우가 그런 자존심을 가져야 비로소 하나의 정치 세력, 우파라고 불러줄 수 있다고 봐.
그런데 우리나라 우파는 그게 없어.
우파가 자존심이 없으니까 우파라고 하면 안 돼.
겁 먹은 동물이라고 해야지.
우파가 자존심이 없으니까 미국에 빌붙는 걸 그저 이익의 문제로 치환해버리잖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전시작전권 반환이나 한미동맹 이야기하면 우리 우파는 항상 돈 이야기를 한다고.
미국 분담시키는 게 국방비가 더 저렴하다고.
그게 무슨 우파야.
장사꾼이지.
우리나라 우파는 기질적 우, 그 동물적 반응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거야.
...(중략)...
그러니까 우리 정치는 우파가 많아서가 아니라 우파가 없어서 문제라고.
겨우 그런 겁먹은 동물들이 지난 몇십 년이나 뭐나 되는 것처럼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거야.
아, 쪽팔려, 씨바.
(1장 좌, 우 무서우니까 - 중에서)
......
그래서 고향 내려가 오리 농사 짓고 있는 사람을 그렇게 비열한 방식으로 끌어내 죽인 거야.
가장 시답잖은 자들이 가장 씩씩한 자를 가장 비겁한 방식으로 죽였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도 분해서 열불이 나.
......
노무현 정권이 오해한 건 그런 그들을 간섭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 점이지.
거찰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건 물론 매우 훌륭한 정치적 결단이야.
하지만 보스가 명령하지 않는다고 조폭이 저 혼자 신부가 되나.
조폭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처지와 사고와 형편을 이해하고 다른 살길을 제시해줘야지.
검찰 개혁은 관념이나 대의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 한 사람 한 사람이 결국 그냥 사람에 불과하다는 인식에 출발해야 해.
아주 구체적으로.
사람은 직위나 신분이 아니야.
사람이지.
그러니까 그 사람들을 미워할 일이 결코 아니야.
그건 오히려 문제 해결에 방해가 돼.
만약 검찰을 시민단체 조직으로 바꾸잖아.
그럼 금방 그 일도 잘할 사람들이다.
그런 인간에 대한 이해 속에서 시스템 개조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하는 거지.
(2장 불법은 성실하다 - 중에서)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건, 이 상황을 개선할 의지와 철학을 가진 권력을 선택하면 돼.
삼성은 개인이 어떻게 할 수준의 상대가 아냐.
국가 수준에서 상대하야 한다고.
그럼 국가를 운영할 권력이 그런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해.
그 권력이 삼성과 이건희를 분리해서 바라봐도 된다는 걸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실제로 분리해야 해.
그게 성공하면 이건희를 비판하면서도 삼성이란 기업에는 아무런 딜레마를 느끼지 않고 취직할 수도 있게 되는 거지.
삼성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지.
자신이 이건희의 하인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니까.
실제로도 이건희가 지배하고 있는 기업에 자기 노동력을 빌려주고 있을 뿐이지.
(중략)
문제는 이건희 일가가 상속과 지배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국가시스템을 자신들 사익을 위해 조작할 정도의 힘을 가져버렸다는 거야.
국가는 이익을 좇는 사조직이 아니잖아.
국가는 공동체를 위한 운영체잖아.
이게 일개 가족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중략)
하지만 삼성이라는 기업 집단은 그 자체로는 악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삼성과 이건희를 분리해야 한다고.
- 제3장 재벌, 자본주의 아니다-
(통일의 이익)
그런데 난 그런 차원의 실익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이 우리의 섬나라 의식 극복이라고 봐.
우린 섬이 아닌데도 섬처럼ㅅ ㅏ고하잖아.
그럴 수밖에 없어.
삼면이 바다이고 나머지 한 면은 벽이니까.
분명 육지로는 이어져있는데
'프랑스에 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해 가봐야겠다.'
이런 상상이 불가능하잖아.
그래서 항상 우린 세계를 우리와 별도의 공간으로 인지하지.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이런 구호, 조금만 생각해 보면 웃긴 말이라고.
그럼 우린 화성인인가.
우리도 세계 속에 있어.
그런데 자꾸 세계로 가자고 하잖아.
세계가 우리만 달랑 빼놓고 나머지들끼리 모여 따로 특설링 만들었냐고.
그런데 우린 그렇게 생각하거든. 섬나라 의식이지.
세계는 우리 바깥에 존재하는 거야.
예를 들어 (여러 나라가 붙어있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아이를 생각해 보자고.
걔는 이미 중고생 시절부터 배낭지고 주변국들을 여행하면서 자기의 상대적 위치를 입체적으로 인지하게 된다고.
실제로 내가 몇 년 배낭여행 하며 만나본 그쪽 아이들은 하나같이 그렇더라고.
나는 혼자가 아니라 세계와 분리된 게 아니라, 그 속에 있다는 거지.
그래서 나로부터 시작해 가족, 지역, 국가, 세계로의 인식 확장에 단절이 없는 거야.
로컬과 글로벌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그래서 걔네들은 바이크 타고 북경까지 오는 상상을 할 수 있는 거야.
땅이 연결되어 있잖아.
- 제 4장 <정치는 연애다>중에서
결국 철학이라는 게 사람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거든.
인간은 어디까지는 감수할 수밖에 없고, 어디서부터는 감수할 수 없다, 더 나아가 감수해서는 안 된다, 그 감각만 확실하면 돼.
이런 건 어차피 책으로 배우거나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냐.
그럴 수 있었다면 세상은 천국이 되어 있게.
이건 기본적으로 타고나는 자질에 구체적인 삶이 축적되면서 완성되는 인격의 문제야.
그래서 이건 진보, 보수의 문제도 아니야.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과 애정, 그리고 예의의 문제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과 애정과 예의 없이는, 어떤 이론과 이익으로도, 인간을 위할 수가 없다.
- 제 5장 <공주와 동물원>중에서
이념이 사람을 구하리라. 아니다.
이익이 나라를 구하리니. 아니다.
인간이 모두를 구해야 하는 시대다.
이념과 명분과 논리와 이익과 작전과 조직으로 무장한 정치인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보편 준칙을,
담담하게,
자기없이,
평생 지켜온 사람이 필요하다.
- 제6장 <가능, 하다> 중에서
나꼼수를 듣고 있다보면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조선후기 봉산탈춤의 말뚝이를 보고있는 느낌이었다.
신분제도가 붕괴되는 시점이었다고는 하나
몇 백년을 자신들은 세상의 떨거지같은 상민이나 천민으로 살아온 사람들이었겠지.
그들이 상전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건 지금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을지 몰라.
그런데 장터에서 열린 마당극에서 말뚝이가 나오더니
양반은 별 게 아니라고 희화화하며 장난치고 의뭉떨며 농짓거리를 통해
평소 하고 싶던 말들을 모두 다 해주네.
웃고 나니 가슴 시원하고 살맛나고.
그리고 나도 나랏님 안 듣는 데에서는 욕해도 되겠구나......
싶지 않았을까?
도올 선생의 말씀처럼 그들이 대단한 건
핏대세우며 혈압올라 하기도 싫은 말들을 웃으면서 한다는 거겠지.
그렇게 그들과 같이 웃으면서
굳이 핏대올리지 않고도 유쾌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유쾌한 이야기들이 이 세상을 좀 더 살맛나는 곳으로 바꾸는데 필요한 것들이라는 것.
그리고 함께...라는 생각으로 힘이 나게 되는 것.
나꼼수에서 익숙해진 그의 목소리와 웃음소리 덕에
책을 읽는 내내 방송을 듣는 것만 같았다.
알고 싶었지만 복잡해서 포기했던 것들,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로는 정리하지 못했던 것들,
알고는 있었으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던 것들
쉽고 담백하게 이야기해주는 책이어서 단박에 읽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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