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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김수영 전집 - 시> 본문
절망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1965.8.28> 민음사, 2011년
김수영의 시들은 정말 아름답다.
나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강인하고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치부를 먼저 드러내보이는
그 시들은
무척 아름답다.
아름다워 보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정직하고 그래서 건강한 아름다움.
요즘은 늘 그 구절을 반복해 본다.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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