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바람, 사람

고성 <통일 전망대>

아직 오늘 중 2024. 8. 4. 17:54

우리 가족 구성원은 모두 내향성으로 사람이 많은 곳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래서 휴가도 늘 광복절이 지나 20일 즈음해서 느즈막이 다녔었는데

올해는 휴가철 피크라는 8월 1일부터 여행을 시작했다.

그 첫 목적지는 고성의 통일전망대.

집에서 출발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차는 막히기 시작했고

늦은 점심 먹고 오후 5시가 되어 도착했지만

외부 온도는 여전히 34도.

우선 네비가 안내해주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안내소에 가서 신분증을 제시한 후 - 동행인 중 한 사람의 신분증만 있으면 된다.

주차비를 내고 안내장 같은 종이를 받는다.

그곳에 동행인들의 나이와 이름을 쓰고, 여러 안내문이 적힌 종이에 사인을 한 후

3,4번 창구에 가면 입장료를 내고, 아까 제출한 종이에 도장이 찍혀 나오는데 이건 검문소에 제출해야 한다.

옆 강당으로 가서 영상을 통해 교육을 받은 후 출발인데

교육을 받는지 확인하는 사람도 없고, 영상을 켜주는 사람이 통화하느라 십 분 넘게 늦게 시작해서 5분도 안 보고 끝난 것 같다.

차를 다시 타고 검문소를 거쳐 통일전망대 주차장에 내려서 다시 걸어 10분 정도 올라가면 통일 전망대.

에어컨의 냉기가 무척이나 반갑고 눈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가 온 몸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는 것 같다.

눈으로 보이는 북한의 해변이라니... 뭉클할만한데 감상에 젖기에는 너무 더웠다.

날씨가 좋아서 금강산도 보였지만 역광이라 사진을 찍기에는 어려웠다.

생각보다 사람들도 많아서 전망대 3층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는 만원.

기다리기 싫어서 걸어올라갔는데... 이 찜통 더위 속에서 옳은 선택은 아니었던 거 같다.

견사는 깨끗한 편이지만 앞쪽에 변 한덩이가.....

내려와서 보니 건물과 건물 사이에 풍산개 견사가 있었다.

그늘이 잘 드는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이 더위에 애들이 너무 더워보였다.

오른쪽에 있는 개의 한쪽 눈은 백태라도 낀 듯 하앴는데 어떤 사람은 오드아이라고.....불투명한 하얀 색의 오드아이?

너무 더워서 기운도 없이 혀만 길게 뺀 아이들에게

아아에 들어있던 얼음을 빼서 철창 안으로 넣어주니 앞발로 잡고 열심히 빨아 먹었다.

이번 여름...정말 혹독하구나. 얘들아, 더워도 잘 이겨내렴!

코로나 기간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해변들이 무척이나 깨끗해졌었다고...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놓은 고성의 바다 역시 유난히 푸른 빛인 것 같았다.

그러나 여섯시가 넘어가는 시간에도 더위는 여전하고, 모기도 좀 있는 거 같고...

 

더워서 아쉬웠던 통일전망대였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분단의 아픔을 좀더 느껴보리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