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외규장각 의궤 - 그 고귀함의 의미>
지난 3월 19일에 전시가 종료되었다.
전시가 워낙 좋아서
관람 감상을 얼른 쓰고 싶었는데
다녀온 다음날 뉴스에서 한 소식을 접하고 열망이 식어버렸다.
그렇게 방치해두고, 사진도 몇 장 지워버렸는데
전시에서 가져온 팜플렛이 눈에 띄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역사 시간에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외규장각 의궤.
병인양요 때, 강화에 보관하고 있던 이 기록물들은 프랑스 군인들에 의해 도둑맞았고
문화재 보관 능력 운운하며 프랑스가 반환하지 않던 것이
우리나라에 돌아온, 귀환 10년 기념 특별전이었다.
보면서 느꼈던 처음은
- 와, 진정 우리는 기록에 진심인 민족이었구나.
국가 행사에 사용된 그릇, 도구 하나하나 그림으로 그리고, 그 용도를 기록으로 남겨둔 기록들이 어마어마했고
그러한 기록의 목적은 '국가 의례나 행사에서 모범적인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 였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조선이란 나라가 추구했던 '예'라는 덕목이 지금은 실용의 이름으로 허례라 비판받기도 하지만
타인에 대한 '예'가 결국은 국가가, 권력자가 자신의 통치민들에 대한 '예'로 이어진다 생각하니
'허식'은 지양해야 하나 '예'에 담긴 본연의 정신은 여전히 지향해야할 대상이 아닌가 싶었다.
또 다음에 느꼈던 것은 디지털을 활용하면 이렇게 전시가 다채로워지는구나 싶었다.
전시 맨 끝에는 의궤의 기록을 바탕으로 재현한 혜경궁 홍씨의 고희연(?) 장면을 보여준다.
그림으로 나타나는 영상은 2분 남짓으로, 영화 '사도'의 맨 마지막 장면을 연회 중심의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내용이
재미있었다.
요즘도 캘리그래피로, 예쁜 글씨체를 개성있게 개발하여 디자인으로 사용하고 또 그게 돈이 되기도 하지만
정갈하고 획일화된 서체를 유지하며
부지런하게 기록을 남겼을 선조들의 서체 능력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서체를 잘 쓰는 사람들을 선발하여 기록원으로 임명했다니 어려서 글씨를 잘 쓰라고 잔소리하시던 할아버지가 생각나기도 했다. ㅎㅎㅎ
취임 이후부터 의전문제로 계속 논란을 만드는 대통령의 부인이
이 전시를 봤다고...
이 전시를 보며 그 사람은 '예'가 무엇이라고 생각했을지...
공인의 자리에서 누리는 '힘'만 생각하고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라고 생각했을까...
아니, 그런 생각을 하기는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