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

자신만의 숲을 만들어가는 삶.
단단하게 자기의 삶을 만들어가는 삶.
고단한 일상에게 휴식이 되어주는 공간, 시간이 존재하는 이들이 단단하게 삶을 유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워낙 이야기는 많이 들었고
주변에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딱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김태리라는 배우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거다.
-홍보 영상만 봐서는 이 배우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원탑인 것 같았다.
너무 더워서 의욕이라 할만한 것들이 모두 녹아버리는 시간에
문득 '한 번 봐 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
2시간 남짓의 시간이 너무 충만하게 흘러가서 알찬 오후를 보낸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내 호감도와는 관계없이 김태리의 연기는 진기주, 류준열과 함께 자연스럽게 훌륭했다.
이 세사람의 몰래카메라를 보는 듯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영화는 더없이 편안했다. 그 자연스러움이 혜원이 음식 재료를 얻는 자연이라는 영화의 원탑-난 그렇게 생각한다-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 좋았다.

또, 이 영화에서는 힘을 탁 빼고, 편하게 연기하는 문소리의 모습이 너무 예뻐 보인다.
자본이 중심이 되는 도시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을 어려움이 많다.
특히, 감성의 뿌리가 도시가 아닌 자연에서 생성된 사람이라면 그 바쁜 일상의 흐름과 경쟁, 이유없는 상사의 갈굼.....
너무 자주 접해서 놀랍지도 않은, 사람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수많은 것들을 이겨내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예전에 어떤 부산 분이, 바다가 그리워서 서울 생활을 접고 부산으로 내려갔다던 그 이야기와 통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혜원에게 고향집은 자연과 함께 엄마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고,
말도 없이 자신을 떠나버린 엄마를 애써 밀어내려고 해도 결국 엄마와의 시간에서 위로를 받듯,
자신이 그렇게 떠나고 싶었으나 결국 자신의 뿌리와 삶이 지향하는 곳이 어디인가를 알려주는 장소이다.
도시에서의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였던 허기와 상처를 혜원은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했던 음식들을 만들어 먹으며
돌아보고 다독이며 미래의 시간들과 마주할 용기를 얻는다.
그 과정의 소소함과 고향집에서의 일상들이 너무도 잔잔하고 평화로워서
-저게 영화니까 저렇지, 실제 같으면 무슨 돈으로 저렇게 먹고 사냐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얼마나 생활에 찌든 사람인가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일본 소설이 원작이라설까.....
이 영화를 보면서 기시감처럼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는데 바로 <카모메 식당>.
혜원이나 혜원의 엄마가 요리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다보니 부엌의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부엌의 모습과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카모메 식당>에서 느꼈던 정갈함과 단순함이 느껴졌다.
<카모메 식당> 역시 정체성, 삶에 대한 용기를 얻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이 영화와 연결된 지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담아내는 농촌의 사계는 무척 아름다워서 보는 거만으로도 너무 힐링이 되었다는 것.

누구에게나 만들어야 하는 자기만의 숲이 있다---는 말로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참 다정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