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의 제주 - 안덕계곡, 돈내코계곡
산방굴사에서 20여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안덕계곡은 생각보다 코스가 짧아 당황스러웠던 곳이다.
옛날 이 부근의 동굴에서 생활했던 흔적이 남아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라는데
사람이 거의 없어 뭔가 을씨년스러우면서 고적한 기분이 들었다.
물은 별로 없어도 맑아보이기는 했는데
수영이 금지된 곳이었고
발이라도 담그기에는 부유물이 많아 보여 내키지 않았다.
너무 적적해서 한 커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자기들만의 세계를 만들고 있는데도
이 계곡 자체가 그들의 세계에 결계를 치고 받아주지 않는 듯 느껴지는
스스로의 의지로 외로워보이는 좀 독특한 곳이었다.
이 계곡을 지나 위로 오르는 계단이 나오는데 그 계단을 이어 조성된 산책로는 추사 김정희의 유배길로 이어진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무들을 그대로 방치해 둔 탓에 - 아마도 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나무를 인위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듯
산책로는 금방 나무들에 막혀 걷기에 힘들었고
다시 돌아나올 수밖에 없었다.
계곡에서의 물놀이는 돈내코 계곡이 적절했던 듯 한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네 시가 넘어
이미 계곡에는 어둠이 짙어지기 시작했고 - 나무가 울창했다.
일찌감치 터를 잡고 하루 종일 물놀이를 했을 가족들은 슬슬 자리를 정리하고 떠나고 있었다.
잠깐 발을 담근 계곡물은 너무도 시원해서 온몸의 열이 싹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계곡이라고 들었는데
이미 아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아진 듯 외국인들까지 깨끗한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다 가는 듯 했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두 계곡이지만나는 안덕 계곡의 고즈넉함도돈내코 계곡의 맑고 시원한 쾌활함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