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듣다, 읽다

영화 <더 포스트>

아직 오늘 중 2018. 3. 15. 23:55

우연히 보게 된 영화.

공교롭게 시간이 난 날, 내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주어진 그 시간 안에 상영시간이 맞아떨어지는 영화가 이 영화 뿐이었다.

 

 

 

결말이 빤히 예상된다는 것을 빼고나면 재미있었다.

그 결말로 가는 과정에서 뭔가 톡 쏘는 드라마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톡 쏘는 드라마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스필버그가 그 시도를 안 했던 것은 아마

워싱턴포스트 지의 사주인 '캐서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페미니즘을 마구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캐서린은 늘 능력을 의심받는다.

그런 캐서린의 위치를 종종 인물들의 배치 구도에서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중대 사안을 결정하는 장면에서 그 중심이 되는 인물인 캐서린은 이렇듯 남자들이 짓누르는 듯한 자리에 배치되어 있다.

 

그럼 이 영화는 캐서린이라는 인물을 잘 보여주느냐.....

내 생각에는 그렇지 않다.

물론 사주로서 당당해지고 싶은 캐서린,

한 남자의 딸로 태어나 여자로 성장하고 아내가 되어 아이들을 양육하던 평범한 엄마였던 캐서린,

남편의 자살로 가족 사업이던 언론사의 사장이 되어'버린' 캐서린,

그 언론사 안에서 가족의 위치를 지키고 싶은 캐서린.

 

그런데 정작 중요하지 않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언론에 대한 '~~~~~' 가치관을 지닌 캐서린.

잃을 게 많은 데도 불구하고 대단한 결정을 내린 캐서린이 가장 빛나는 대목은 이 부분이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한 여자에서 언론사의 대표, 그리고 회사 대표에서 진정한 언론인으로 태어나는 이 부분.

그런데, 그 자각이 그녀가 여자라는 강조점에 묻혀 버렸다.

진정한 언론인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보다는

주식 공개와 친구 걱정이 앞서던 캐서린이 어떻게 진정한 언론인으로 거듭나는가의 과정이 없이

 

남자들에게 주눅들던 캐서린.

언론사 사장이라는 자리를 인식한 캐서린,

잃을 것이 많지만 용감한 결정을 내린 캐서린.

기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인터뷰하는 뉴욕타임즈의 '남자'사장과 대조되게

외진 그 옆 길을 조용한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걸음을 옮기는 캐서린.

 

뭐지?

싶었다.

진정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영화,라고 하기에는 캐서린의 그림자가 강했고

현대사에 숨은 공로자인 여자들,이라고 하기에 캐서린은 여자이기만 했다.

언론사 사장으로서의 캐서린은 여자이기 이전에 언론인으로 거듭나야 하는 게 맞는 수순인 게 아닐까.

이 영화 뭐지?

싶었는데 엔딩 크레딧에서 감독의 이름을 봤다. 스티븐 스필버그.

아! 그렇구나.

스필버그 식의 미국 만세, 였던 거였구나. 톰 행크스가 주연이라는 걸 알았을 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내 자신의 정보 부족이 ... 제일 ...아쉬웠다.

 

 

 

댓글수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