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바람, 사람

2017년 여름 정동진

아직 오늘 중 2017. 8. 2. 16:26

처음,  정동진에 갔을 때에는

기차역과 바다,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강릉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그 곳에서 비둘기호를 타고 다시 정동진에 가는 번거로움을 감내하고 가서도 할 거라고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밖에는 없었지만

그게 참 좋았다.

유난히 짧은 백사장도 넓게 느껴질 만큼 찾는 사람들도 많이 않았다.

아직 일출의 기운이 남은 바다로 나가 해초들을 주워오던 노부부의 배를 함께 끌어올리고

또 남남으로 제각각 흩어지던 사람들.

그렇게 역을 벗어나면 있는 거라고는 역 앞에 라면이랑 삶은 계란을 파는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슈퍼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 들른 정동진은 정말 장사판이었다.

오른쪽 벼랑 위에는 요트 모양의 호텔이 들어서 시야를 가로막고

외부 자본들이 들어온 게 분명한 많이 카페들과

백사장의 반을 차지한 포장마차들과 역 밖 좁은 도로에 줄지어선 기념품을 파는 포장마차들로 정동진은 말그대로 개판이었다.

다시는 찾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정동진에 올 여름 다시 갔다.

 

 

바다며 짧은 백사장은 달라진 게 없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사람들이 더 지은 위락시설들과

그 전보다는 도로도, 장사진들도 정리가 되어 훨씬 깔끔해졌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역에서 바다로 내려갈 수가 없었다.

 

 

아마도 바다관광 열차가 생기면서 선로가 하나 더 놓이다보니 안전문제로 바다로 향하는 길을 막은 것 같았다.

전보다는 훨씬 고요해지고 깔끔하게 정비가 잘 된 정동진은 잠시 앉아 있기 좋았다.

 

그런데도 자꾸 그 예전의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았던 그 정동진이 그리워지는 것은 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