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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진보언론 `문빠` 논란에 한겨레 창간 당시 2억원 냈던 文대통령 다시 회자

아직 오늘 중 2017. 5. 17. 22:01
진보언론 `문빠` 논란에 한겨레 창간 당시 2억원 냈던 文대통령 다시 회자
http://v.media.daum.net/v/20170517192413074

출처 :  [미디어다음] 행정/지자체 
글쓴이 : 중앙일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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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진보언론과 문재인 지지자들(문빠)의 싸움이라니.

뜬금없게도 나는 이 사태(?)를 마주하며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렸으니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이가 날린 대사였다.

"우리 형 동네오락실 못 가. 국민학생들이랑 한 판 붙었거든."


한겨레 안수찬 기자가 올렸다는 페북글이다. 출처는 카페 '한류열풍사랑', 게시되어 있는 글을 긁어 왔다.


페북 끊기가 힘들군요. 글 하나 올립니다. 

 
기자가 되어 가장 처음 배우는 일은 ‘항의독자 응대’ 방식입니다. 짧게 적자면, “그(녀)가 무엇이라 말하건 충분히 가만히 들어라”입니다. 단서가 붙습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이야기 듣고 있으면 마감할 기사를 처리하지 못하므로 “적절한 시점에서 대화를 마쳐라”입니다.
#충분히_살피고_들었습니다_이제_경청을_마치려_합니다
 
비방·비난·불평·비평·논평 등은 모든 이의 자유입니다. 그동안 경험을 돌아보면, 박탈감·상실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강한 비판을 내놓습니다. 그런 감정 자체가 박탈의 표식이므로, 언론인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참조해야 하겠습니다. 그 발언보다는 그런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을 짚어보는 노력을 기울여야겠지요. 
 
다만 그 발언까지 이해·납득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혐오 발언에는 맥락이 있으므로 그 맥락을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혐오 발언·행위 자체를 수용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_독자적_미디어를_운영하거나_사회적_지위를_갖춘_명망지식인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편파 보도 운운하며 <한겨레> <한겨레21>에 대한 #비방과_비난을_페이스북을_통해_퍼뜨린다면_페친을_끊거나_차단하겠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그 영향력을 즐기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발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 영향력 아래 그런 발언을 서슴없이 의도적·지속적으로 내놓는다면, #그들은_민주주의의_적입니다. 
 
토마스 제퍼슨 미 대통령이 “신문 없는 대통령을 택하느니, 대통령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말한 이유가 있습니다. (극렬 지지자들이 보기에는) 대통령 없으면 나라가 망할 것 같지만, (역사적으로 보아) 나라를 지탱하는 것은 언론, 특히 지속가능한 좋은 언론입니다. 
이때, 좋은 언론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이 노무현 전 대통령 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보도일 수는 없습니다. 그런 기본 전제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을, 주로 언론 관련 이야기를 전하는 제 페북의 친구로 삼지는 않겠습니다. 
이미 그들은 ‘우리들만의 언론을 구축했으니, 다른 언론은 필요없다'고 여기는 것 같으므로, 그냥 그 언론의 세계에서 잘 지내시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가지만 환기해드립니다.
2012년 대선 직후, #국정원_대선개입 사건을 특종보도하고 1년여 동안 추적보도한 매체가 어디일까요. #세월호_참사 직후, 3년여 동안 각종 의혹을 특종보도하고 줄기차게 추적보도한 매체가 어디일까요. #테러방지법_제정_및_국정원_알파팀 등 국가기구의 감시를 어느 매체보다 끈질기고 강력하게 추적보도한 매체가 어디일까요.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백남기_농민이 사망했을 때, 그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발굴하여 특종·연쇄 보도한 매체가 어디일까요. 여러 ‘대안 매체’가 박근혜에 대한 시니컬한 논평만 내놓을 때, #박근혜_최순실_삼성_게이트를_최초_보도하여 촛불·탄핵 정국을 이끈 매체가 어디일까요. 이명박 시절 언론악법 날치기 통과의 수혜를 받지 못하여 비록 종편 채널 하나 거느리 못했지만, #최순실_게이트_관련_특종을_jtbc보다_월등하게_많이_내놓은_매체가 어디일까요. 촛불 정국에서 촛불 시민의 다양한 의제를 드러내며 한국 사회의 광범위한 #빈부격차와_차별과_혐오를 해소하고 금지할 것을 거듭 촉구한 매체가 어디일까요. 더 나아가,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 최고 권위의 #한국기자상을_가장_많이_수상하여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을 구현했다고 한국 언론계 전체가 공인한 매체가 어디일까요. 지난 4년여 동안, 모든 의혹을 모두 파헤치진 못했지만 많은 의혹을 가장 많이 특종하고 기획하고 연속 보도한 매체가 도대체 어디일까요. 
그 모든 시기를 거쳐 촛불 대선을 치르는데 나름의 역할을 했음에도, 불명확한 근거와 오도된 편견에 기초해 특정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를 기준으로 ‘망해버려야할 언론’으로 치부받고 있는 매체가 어디일까요. 
 
촛불 정국은 물론 그 이전부터 ‘박사모’를 은근히 부추기거나 그를 옹호하는 박근혜의 행태를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로 뭉쳐 가짜 뉴스, 억측, 광기에 기초하여 직접 행동을 선동하는 그들을 방조한다면, 그 정치인에게도 혼란과 증오의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문재인 지지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최근 여러 매체를 옮겨다니며 온라인 상의 집단 린치·혐오를 쏟아내고 있는 것에 대해, #문재인_대통령_또는_그를_대변할만한_위치에_있는_사람이 책임있는 발언에 나서기를 희망합니다. #새_정부의_책임자들은_작금의_사태를_어떻게_이해하고_있습니까. 
  
시민 누구나 절독 또는 절독 캠페인을 통해 언론에 압력을 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기본을 진지하게 논하지 않고, 감정·감상·편견 등에 기초해 욕설과 협박을 일삼는 집단에 굴복한다면, 그것 역시 언론의 기본을 저버리는 일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 <한겨레>와 <한겨레21>은 그런 일과 타협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럼 사람들을 좋은 언론의 친구로 삼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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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며 '문빠'니 '개떼'니 하며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혐오를 쏟아내는 기자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4대강에 대해, 자원외교에 대해, 천안함에 대해, 세월호에 대해, 백남기 농민 사건이며 최순실 게이트까지

경향과 한겨레의 역할은 지대했다.(오마이뉴스는 잘 보지 않으므로 제외)

사이다는 아니었지만 그들이 있어 더 듣고, 더 보고, 더 알 수 있었다.

그래서였다.

주간경향이 전화를 걸어와 정부에서 공공부문 광고를 일제히 끊어 어렵다며 구독을 요청할 때 두말없이 일년 정기구독을 했다.

그런데 또 그 덕에 알게 되었다.

정치 부분에 있어서 경향은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비록 작년 총선 때였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 문재인의 패권이라는 프레임을 침뱉듯 씌우고 나온 안철수와 국민의당에 대해서는 호의가 읽혔다.

그 앞에 실리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기사는 객관적이었지만 늘 문재인의 패권이라는 말을 흘렸다.

솔직히 나는 문재인 지지자가 아니었다.

그런 성품의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훨씬 더 발전한 후에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그의 패권이 문제라는 사람들 앞에 한없이 낮은 자리로 내려가는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보면서 나는 조금씩 그의 지지자가 되었다.


나는 작년 가을, 수입이 반으로 줄어 주간경향을 계속 구독할 수 없었다.

그리고 형편이 조금 더 나아진 올 봄, 주간경향의 전화를 다시 받았다.

나는 솔직히 말했다.

나는 문재인을 지지하므로 안철수를 지지하는 경향의 기사는 읽고 싶지 않다고.

허허 웃더니 대선 후 다시 전화를 하겠다던 주간 경향 쪽에서 대선이 끝난 다음날 다시 전화를 해왔다.

나는 이미 경향을 구독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말이다.


내가 퍼온 글에서 안수찬 기자의 말은 구구절절 옳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서 사람들이 희망을 가졌듯이 진보언론의 기자들도 새로운 의욕을 가졌을 것이다.

야, 이제 권력 눈치 안 보고 마음껏 기사 쓸 수 있겠구나.

그런데 문제는 독자들이었다. 구독수를 좌지우지하는 망할 놈의 독자들, 이라는 생각을 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의 글에서처럼 언론은 이런 거여야하는데 아이돌 빨아대는 빠순이들처럼 문제인 빠는 기사만 쓰라는 거야?

내가 이제 저것들 눈치까지 봐야해?

그런 오기 같은 게 생겼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이해를 조금은 할 것도 같다.


기자 노릇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우리 오빠 건드리면 가만 안 두겠다는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이 창간 당시 2억원을 냈으니까 아닥하라는 게 아니다.


기자 노릇 하시라는 거다.

잘못하면 기사 써서 쓴소리도 하고,

대통령이 초심을 잃지 않도록, 현실 정치에서 타협이 아닌 야합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감시해주시라는 거다.

다만

그걸 한다는 미명하에 조중동의 프레임을 그대로 가져다 증명도 못할 의혹들만 되풀이하며 사람들 머리속에 각인시키는 거 하지 말아달라는 거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대통령이라고 마구 닦아세웠던 노무현 대통령때처럼 하지 말라는 거다.

진짜 힘있는 권력앞에서는 알아서 겸손했던 그 자세를 조금만 더 유지해서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대통령에게도 예의를 갖춰달라는 거다.

비판을 하더라도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조중동의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쓰지 말고 한겨레만의, 경향만의 관점과 팩트체크를 유지해달라는 거다.

선거 때도 그걸 안 했으니까

이제라도 제대로 정신차리고 해달라는 거다.

안철수 밀었다 물 먹었으니까 문재인 정권도 물먹어라 하듯 단점만 눈에 불켜고 찾아서 씹어 제끼는 걸로

진보언론이라는 허영을 채우지 말아달라는 거다.


한겨레 창간 멤버였던 송건호 씨는 글 "진실을 위한 언론인의 자세"에서 진실 보도를 위해 기자가 가져야할 세가지 자세를 이야기한다.

첫째, 문제를 전체적으로 보아야하고

둘째, 역사적으로 새로운 가치의 편에서 봐야 하며

셋째, 무엇이 근거이고 무엇이 조건인가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했다.

또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것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기사가 보도되게 하려는 외부세력으로부터 양심을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언로인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기초중에 기초일 것이다.

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누구나 쉽게 잊어버리는 게 기초이다.

한겨레나 경향에게 묻고 싶다.

정말, 문재인이라는 정치인에 대해 기사를 쓸 때 자신들의 기사가 저 세가지 기초를 충실하게 지켰노라고 떳떳이 말할 수 있는지.

그러한 성찰 뒤에 '개떼'같은 '문빠'들이,

순순히 한겨레를 봐주고 경향을 봐주던 '문빠'들이 왜 자신들에게 등을 돌리는지 생각하고 욕을 하길 바란다.


나는 한겨레나 경향은 지난 8년의 시간동안 그나마 자신들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안다.

그들의 보도가 있어 묻히지 않고, 잊히지 않은 사건들이 있었음을 안다.

그들이 있어 덜 외로웠던, 소외된 사람들이 있었음을 안다.

그 기자다움을 보이지 못했던 정치권에 대한 한풀이로 현 정부를 상대할까하는 노파심을 그들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저것들이 뭘 알아. 무지한 것들이라는 자세로

'개 떼'의 주인, '빠들'의 오빠에게 저들을 진정시켜 달라는 그 태도야말로

박근혜가 진보를 바라보던 태도와 너무도 닮지 않았는가 말이다.



오락실에서 초등학생들과 싸우는 이십 대의 청년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오락실에서 이십 대의 아저씨와 싸워야하는 초등학생들은 얼마나 어이가 없겠는가.

서로가 어이없고, 민망한 시추에이션이 아닌가......


구독을 요청하는 주간경향의 담당자는 내게 편집진이 교체되므로 내용이 바뀔 거라는 말을 했다.

그의 설득에 6개월의 구독신청을 다시 했다.

그 돈을 내기 위해 내 한 끼 식사의 최고금액은 하향조정되었다.

나는 내가 경향의 소비자가 아닌 구독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