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그 봄 가득한 섬 - 도락리 앞바다
서편제길의 아래에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닷가를 걷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물오리들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 듯
숙소에 돌아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저녁 준비를 했다.
실컷 구경하고 왔으니 배속에 먹을 걸 좀 넣어야했다.
방에 음식 냄새가 찰까 싶어 문을 열 때 옆방 문앞에 앉아 있던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실수였다.
모델도 제대로 안 해줄 거면서 자꾸 스팸만 축내는 예쁜 놈이었다.
나중에는 이 녀석이 소문을 냈는지
다른 녀석이 와서 스펀지 케잌을 하나 얻어 먹고
내가 커피 한잔을 다 마시는 동안
나는 숙소 아래를
고양이는 나를 보고 있다
어둠이 가득해서야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비가 그친 기념으로 야경 사진에 도전.
인생샷을 건진 것 같은 이 환희~~~~
사실은 집에 돌아와 컴퓨터로 연결해 확인해보고서야 터진 환호이기는 하다.
저 날은 사실,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나면 죽음이야, 라는 생각뿐이었다.
ㅎㅎㅎㅎㅎ
청산도의 맑은 기운에 많은 위로를 받아 사진은 별 신경도 안 쓰였다.
사실 청산도는 여행하기에는 좋지만 관광하기에는 나쁜 섬이다.
식당도 많지 않고
여느 관광지와 달리 변변한 커피집도 없다.
순환버스는 말 그대로 순환만하는지라 뒤로 가려면 한바퀴를 돌아야했다.
하지만 나는 이 섬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다.
아니, 불편한 게 너무도 당연했다.
서울이나 부산, 대구 같은 도시의 편안함을 원한다면
도시로 여행을 가야한다.
자꾸 자연 속에서 도시의 편안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세우고 모노레일을 깐다.
그 편리함에 우리와 공생해야할 많은 자연들이 숨쉬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범바위에서도 보리수 열매를 한가득 따 먹으며 어디가서 이런 거 못 먹는다던 아줌마들에게 정말 한마디 하고 싶었다.
당신들은 지금 그거 안 먹어도 딴 거 먹으면 되지만
여기 새들은 그게 아니면 먹을 게 모자랄 수 있다고.
당신들 쳐 먹으라고 심어놓은 나무 아니라고.....
자연 속에 여행가서 불편하다고 불평하시는 분들은
제발
집에만 계시거나
도시를 벗어나지 않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