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은밀하게 위대하게.....
은밀하게 간첩으로 스며들어
위대하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사람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남파 간첩들을 소재로 한 웹툰을 영화화한 거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나 역시 웹툰을 재미있게 보았고
그래서 이 영화가 보고 싶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배우 김수현, 손현주 아저씨가 출연한다는 것도 한몫했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재미있었다.
영화의 재미에 대해 생각하는 기준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웹툰의 줄거리를 착실하게 따라가는 만큼
웹툰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재미없어'라는 위험부담은 낮다고 생각한다.
단, 아무런 비판적 사고없이 그저 줄거리만 쫓으면 된다.
사건의 개연성이나 인물 개개인의 인과성은 그냥 시간과 함께 흘려버리면
이 영화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조금 정신을 차리고 본다면 어떤 점들이 미흡한가.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본 내 정신에는 이런 것들이 걸렸다.
이봐, 감독! 무슨 생각인 거야?
웹툰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이 작가, 작가구나, 였다.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에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사유가 들어 있었다.
좀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국가과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였다.
어머니를 편하게 살기 위해 열 몇 살의 어린 나이에 5446부대원이 되었던 원류환.
사는 재미를 위해 부대원이 된 리해랑.
역시 가족들의 안위를 위해 들어와 원류환을 좇기 위해 조장이 된 리해진.
그리고 남한의 공작원이었던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5446부대에 잠입했던 남측 스파이 서수혁.
이들에게는 각자의 사연이 있고, 국가에 대한 믿음이 있고,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
이 갈등이 남북이라는 특이성을 만나 재미를 배가 시켰다.
나는 어머니를 지키고 싶어 국가에 충성했고, 어머니의 안전만 보장받는다면 국가의 부름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조국을 믿지만 존경에 마지않는 선배(?)의 자취를 따라 살고 싶을 뿐이다. 그와 함께라면 국가의 부름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고,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아버지가 충성했던 국가에 투신할 것이다.
하지만 웹툰이기에
주제의 심오함을 바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영화이기에 이런 부분들을 다듬어 줄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했다.
아니, 영화는 흔히들 감독의 것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요즘이야 뭐 제작사다 투자자다 하는 사람들의 입김이 작용하는 바람에 죽도 뭣도 아닌 결과물들도 많이 나오는 모양이지만
이 영화에서 감독은 너무나 안일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너무나 기록적인 조회수를 가진 웹툰이었기에 부담이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기가막힌 영상미를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격투신이나 액션신에서 힘있으면서도 충분히 영화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충분히 많았음에도
이 영화는 그지없이 평면적이었다.
2D인 웹툰의 장면 구성을 영화에서도 너무나 충실하게 재현했다.
더구나 인물들에 대해서는 그 생동감마저 줄여버렸는데
2시간여에 맞는 분량을 만들기 위해 인물들의 사연을 줄여버린 것.
그렇다면 그에 맞는 스토리의 재구성이 필요했을 텐데......
많이 미안한 말이지만
감독의 머리는 외출 중이었던 걸까.
이런 생각이 들더란 말이다.
입봉작도 아니고, 해외영화제 입상 경력까지 있는 사람이 왜!!!
이 좋은 배우들을 데리고 왜!!!!!
웹툰이 이 감독에게 너무나도 기막히게 감동적이었던 걸까?
그래서 그 이야기에 충실하게 만들고 싶었던 걸까?
그래도 마지막의 그 통장신은 정말 아니었다.
다른 관객들은 흐느끼듯 울고 있는 그 장면에서 실소하고 있었으니 내가 이상한 걸지는 모르겠지만
그 상황에서 주머니에 꽂힌 통장 들여다볼 짬이 어떻게.....
차라리 회상신으로 돌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백만개.......
나만의 태클????
사실 웹툰의 인물 설정 역시 너무나 '남한(?)'적이라고 해야할까?
열 두어살의 어린 나이에 부대에 들어왔다.
너무 찢어지게 가난해서 가족들의 부양을 약속받고 훈련을 수행한다.
그런데 그 수행이라는 것이 어제까지 함께 밥 먹고, 자고, 훈련받던
같은 훈련생들을 죽이는 것이다.
죽은 훈련생들 채울 훈련생들은 매번 들어오고 그들과의 대련에서 내가 죽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게 9년이란 시간을 살아남은 괴물들이 원류환과 리해랑, 리해진이다.
그런데 이들이 꼴랑 2년, 남한의 달동네에서 인정을 느끼며 살았다고 그들이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살 수 있을까?
아니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 자기 인생 단 하나의 친구를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
알에서 깨어난 아기새에게 처음 만나는 생물이 엄마로 각인되듯, 마음에 각인된 사람을 좇는 마음...
이런 인간적인 마음을 지니고
그런 비인간적인 생존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가능하다고는 해도 설득력은 미약하다.
그건 작품 안에서도 나오는데
자신의 허벅지에 칼을 꽂았던 원류환에게 리해진은 말한다.
그때 자신을 상처입히지 않았다면 자신은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고.
그 말은, 상처를 가리기 위해 피도 눈물도 없이 자신의 약점을 가리는데 집중했었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소중한 부분,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은 하나의 약점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전투 장면에서 살기 위해 싸우는 류해진과 류해랑에게 민폐다 싶을 정도로 치적거리는 원류환이 그렇다.
그런데 그러한 약점을 안고, 그들이 인간의 마음으로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싸움이나 죽이는 일을 재미로 생각하는 류해랑 역시 사회에서는 사이코패스 캐릭터 아닐까, 싶기도.
아무튼....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기에는 괜찮은 영화였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아쉬움이 없었다면 정말 위대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