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옛이야기 지즐대는 - <체스키크롬로프>
마법이 시작되는 순간, 언제 컨디션이 나빴느냐는 듯 괜찮아지는 체질 탓도 있었지만
어제 체증으로 반나절 이상을 쉬었던 때문이었는지
여행 중 가장 좋은 컨디션이었다.
그리고 동화의 나라 그 자체라는 체스키크롬로프를 가는 날...
몸도 가볍고 기분도 괜찮았다.
우리나라 강원도 여행을 가듯 버스는 구불구불 좁을 길, 넓은 길 가리지 않고 갔고
귀는 멍해졌다 뚫렸다 하며 세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
토요일인데 생각 외로 한적했다.
화장실을 갔더니 터미날 관계자 모두 퇴근....
화장실까지 잠궈놨다.
경비아저씨 비슷한 사람이 보여 화장실을 물었더니
이층의 열려 있는 남자 화장실을 쓰게 해주었는데
알고 보니 경찰 아저씨였다.
공무원들의 분위기나 관공서 건물들에서 옛 공산권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듯 했다.
그래도 마음 좋은 아저씨 덕에 몸도 마음도 가볍고 개운해져서 동화 마을을 향해 발을 옮겼다.
터미날에서 내려와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으니 마을이 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이발사의 다리...
그래도 보이는 곳곳 너무 예쁘다.
조금은 특색있어 보이는 지붕...
어느 한 곳 안 예쁜 데가 없을 것 같은 정말 마음에 쏙 드는 곳이었다.
체코는 전반적으로 다 붉은 지붕인 걸까...
아무렴 어때.. 예쁜데...
그냥 예쁜 게 아니고 마을 전체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건네는 것만 같은 곳...
빠질 수 없는 상점 구경을 하며 룰루랄라 점점 가벼워지는 발걸음을 옮기니
어느새 이발사의 다리 - 사실 마을 전체가 아담하고 작기는 하다.
성주의 아들이 너무나 사랑했던 이발사의 딸. 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하고 싶었으나
어느 날 변사체로 발견된 이발사의 딸.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의 죽음에 성주(의 아들)는 분노하게 되었고
살인자가 나올 때까지 마을 사람들을 매일 한 명씩 죽이기로 했다.
보다못한 이발사가 마을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거짓 자백을 했고, 그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지었다던 다리...
성인의 조각과 예수의 십자가 상이 내려오는 옛이야기와 잘 어울렸다.
어느 상점 위에 달린 장식물인데 아래 있는 손잡이를 돌리면 이 여인이 빙글빙글 돈다.
동행인 왈
빙글빙글 도는 것 치고 너무 새초롬한 얼굴을 하고 있네.
어제는 아파서 먹어보지 못했던 저 빵을 먹기로 했다.
먹어보니 비엔나의 앙커보다 맛있었지만 제일 좋았던 건 따뜻해서라는 것.
정말 추웠다.
그래도 마을이 예뻐서 마음은 한껏 들떴다.
그 빵을 먹으며 성 안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었다.
성 내부의 정원으로 향하는 길에 있던 다리.
그 다리 위에서 찰칵!
날은 차갑지만 역시 봄이 오고 있는 걸까...
나보다 더 헐벗은 나무들이 추워보이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도착했는데...
정원은 4월부터 개방이란다. 젠장....
여기에서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딘가로 가면 마을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 있다고 했는데
길 찾기에 운이 없었던 우리는
인적 드문 곳으로 가지 않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향하는 곳으로 따라 이동, 왔던 곳을 다시 되짚어 갔다.
봤던 데를 또 봐도 새롭고
찍었던 데를 또 찍어도 좋았다.
어쩜 그리 예쁘냐, 너는.......^^~~~
우리는 눈앞에 있어 찾기 쉬운 저 탑 위로 올라가 체스키의 전체 얼굴을 감상하기로 했다.
매표소로 가는 길
창밖도 예뻐~~
첨탑을 오르며
각 계단참마다 쉬며 창을 찍었다.
왜?
그냥 찍고 싶더라는......
올라가서 바라본 체스키는 와우~~!!
춘향이를 바라보는 이도령 마음이 이랬을까??
어우~~ 뭘 해도 예뻐, 그렇듯 어디에서 뭘 봐도 예뻐~~!!!
그런데 사진이 왜 요따구냐고??
너무 추웠다. 체스키가 예쁜 만큼 이 첨탑 위에서 맞는 바람은 정말 차가워서
다시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아마 체스키크롬로프가 이렇듯 예쁘지 않았다면 난 절대 사진 따위 찍지 않고 내려와 버렸을 거였다.
탑을 내려와 다시 마을로 들어서 상점 구경에 나섰다.
사실은 에곤 쉴레 그림이 가장 많이 소장된 미술관이 있다고 해서 안내를 찾았으나
미리 예약을 하고 일정 인원이 모이지 않으면 열지 않는단다...
또 한 번 젠장!!
아저씨도 슬프지?
우리도 쫌 속상하다...
제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자랑을 말던지... 그치? 그치?
그래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상점들이 많아서
또 금세 잊어버리고 신나라 구경을 했다.
조카녀석들의 선물을 산 가게...
앙증맞은 소품들이 많아 돈이 많았다면 마구 사버렸을 듯...
상점 앞에 내놓은 꽃들이 찬바람에 모두 얼어버린 것 같았다.
풀밭에서 뛰던 토끼들도 몇몇은 갑작스러운 추위에 쓰러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찾기 힘들어진 동네 레코드 가게
체코에서는 동네 서점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동네에 서점이 있고 레코드 가게가 있던 그 골목들이 좋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여기도 무슨 광장인 듯 한데...
정말 우리 여행 준비는 무슨 국에 말아먹고 온 거니?
어떻게 아는 게 하나도 없냐 ㅋㅋㅋㅋㅋ
그래도 좋다고 보고, 열심히 찾아다니기는 했다. 쉽게 못 찾아서 그렇지.
동행인이 찜해놓은 식당은 오후 다섯시에 문을 열고
우리는 여섯시 버스를 타야했으므로 저 사진 동상 뒤편의 주황색 건물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물론 체코에 왔으니 전통 요리를 먹어봐야겠지?
따뜻한 게 먹고 싶었던 우리는 스프와 전통 소고기 요리를 주문했는데 저 감자칩 같은 걸 가져다 주었다.
감자칩 - 짜다.
스프 - 묽고 짜다.
비프 요리 - 짜다.
특히 스프는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것 치고는 지나치게 묽고 짜기만 해서 많이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체코 맥주 맛은 정말 좋더라는......
솔직하게 술맛이라고는 쥐뿔 모르는 나이기에 술맛을 평가한다는 게 참 스스로도 가소롭지만
우선 역하지 않았고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저거 한잔 다 마시면 내게는 열 병에 해당하기에 반 잔만...
그리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겨 프라하로 돌아왔다.
안녕, 예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