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바람, 사람

비엔나, 커피만큼 달콤하지 않은 - <쉔부른 궁전>

아직 오늘 중 2013. 3. 28. 15:30

레오폴트 미술관을 나서 우리는 점심을 먹기로 했다.

비엔나에 왔으니 비엔나를 대표하는 전통음식이라는 쉬니첼을 먹기로 한 것.

책자에 나와있는 식당을 찾아가기로 했던 것인데......

한 시간 가까이 헤맨 끝에 힘겹게 찾았다.

 

더구나 쉬니첼은.......

기름기 하나 없는 퍽퍽한 돈까스를 생각하면 되겠다.

두 사람이 갔다면 쉬니첼은 하나만, 샐러드는 두 개를 시켜 먹으면 딱 좋을 듯.

 

지칠 대로 지쳐서 쉔부른 궁전으로 향했다.

몸이 너무나 힘겨운 상태이다보니 걷는 것 자체가 스스로 기특할 정도....

 

 

내부투어는 촬영이 금지 되어 있으므로 지나치고.....

한국어 오디오 안내가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부투어가 끝나고 궁의 뒤편으로 돌아 빈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는 글로리에디터를 향해 걸었다.

 

 

 

미처 봄이 도달하지 못한 정원은 을씨년스러워보였지만

어제에 비해 한결 따뜻해진 봄날에 동네 주민들이 많이 마실 나온 듯 했다.

차가운 꽃샘 추위 속에서도 봉긋봉긋 피어난 들꽃이 반가웠다.

 

 

 

메마른 가지 끝에도 봄기운이 올라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글로리에디터.

 

 

아무리 앞에서 보고, 옆에서 보고, 뒤에서 봐도 궁이라 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해 보이는......

크기는 크지만 모형틀로 찍어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육체적 힘겨움으로 아마 내 표정이 내내 저렇지 않았을까, 싶었다.

몸과 정신이 별개라고 누가 그랬는지......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몸이 힘들었을 뿐,

그 힘겨움을 이겨내느라 나는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여유가 내 안에서 사라져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나마 마음의 여유를 되새기게 해 준 건 산수유 꽃.

여행을 떠나기 전 활짝 핀 산수유를 보았는데

확실히 비엔나의 봄이 더 더디기는 한 모양이다.

 

 

 

폴란드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던가.

궁보다 더 화려한 장식물들이 승리의 기쁨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그런데 저 왼편의 빨간 바지 청년.

왜 저기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건지......

 

 

힘겹게 오른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단체 여행을 온 듯한 학생들처럼 나 역시 난간에 걸터 앉았다.

아~~~~~~ 좋아~~~~~~.

아웅~~~~ ^^

 

 

혼자 앉은 여인의 모습 위로 내 그림자를 드리워 사진도 한 장 찍고....

엉덩이 차가워질만큼 앉아서 휴식을 취하니

어딘가로 사라졌던 마음이 살그머니 다가와 옆에 앉는 게 느껴졌다.

 

 

여기 정원의 나무들은 이렇게 자로 잰 듯이 잘라 놨는데 뭔가 웃기면서도 슬퍼졌다.

왜였을까?

 

 

 

 

하루의 마무리를 시작하는 해와 함께 쉔부른 궁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