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바람, 사람

부여의 <고란사>

아직 오늘 중 2013. 2. 17. 17:00

 

최종 목적지였던 고란사는

배 선착장에서 무척 가까웠다.

작년부터 기력이 많이 떨어진 엄마를 위해서는 배를 타는 편이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산길을 걸은 것이 상쾌하고 좋았다고 하셔서 다행이었다.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고란사의 경내는 좁았다.

스님들이 머무르는 채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대웅전과 삼신각, 그리고 종이 매달린 각과 뒤편의 고란초 약수터가 전부.

 

 

당연한 일이겠지만 엄마는 아무 망설임없이 신발을 벗고

경내로 들어간다.

오늘도 엄마의 축원은 같은 것일지......

 

 

처마 끝 풍경은 바람과 만나 뎅강뎅강 무슨 이야기들을 나눌지......

그 중 나라의 멸망과 함께 목숨을 버린 백제인의 이야기도 스며들어 있을지

그들의 슬픔과 한을 풍경은 무어라 위로했을까.....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 물줄기를 마주한 고란사 대웅전의 서까래에는 연꽃과 연등이 새겨져 있었다.

진흙속에서 피는 향기로운 꽃이라 하여 불가에서 귀히 생각하는 연꽃...

그 연꽃이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1박 2일 촬영 이후 그나마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곳.

좁아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들지만

쓸쓸한 이야기가 스민 곳인 만큼

좀 더 북적북적 흥성스러워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쓸한 옛이야기가 조금은 덜 외롭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