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바람, 사람

완주 <화암사> 두번째

아직 오늘 중 2012. 11. 8. 21:49

나는 스님들이나 보살님들이 머무실 듯 한 집채의 툇마루에 앉았다.

보온병에 가져간 커피의 온기로

아침의 찬 기운을 쫓으며 앉으니

그 고요한 사찰이 기다린 것들을 만날 수 있었다.

 

 

 

햇살이 스미고

 

 

 

바람이 지나며 풍경과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소리가 울리며

그 작은 뜰에 그림자가 내려와

고요함을 주섬주섬 챙겼다.

 

아.......

화암사가 이래서 좋은 곳이구나.

 

눈물이 났다.

 

그 작은 뜰에 가득찬 고요가 너무도 아름다워

나는 반나절도 한나절도 온종일도

햇살을 받으며

풍경의 노래를 들으며

앉아 있을 수 있을 듯 했다.

 

나 역시 화암사 가는 길을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으리라......

 

마음에 가득 담은 그 작은 뜰,

화암사에서는 그 하나만 가져와도 충분할 듯 했다.

 

고요함이 아름다운 화암사......

그 절이 그저 그렇게 작은 절로 오래오래 곱게 늙어가면 좋겠다.

그리고 그 모습을 자주, 조용히 지켜보고 오면 좋겠다.